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Oct 19. 2021

"A Family Thing (1996)"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미국 남부 Arkansas에 거주하는 중산층 백인 대가족이 있습니다. 그 가족을 이끄는 중년 후반에 접어든 Earl이라는 사람이 있지요. 아내와 성인이 되어가는 두 남매와 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까이에는 그의 형과 고령의 부모님이 살고 있지요. 어느 날 고령의 어머니가 오랜 병고를 치른 후 세상을 떠나면서 Earl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네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편지는 충격적이었지요. Earl의 친어머니는 자신이 아닌, 예전에 집에서 하녀로 두었던 흑인 여자이며, 배다른 형제 한 명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즉 백인 집주인에 의해 강제로 임신을 당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와 같이 흑인 어머니를 둔 그였지만 자라면서 흑인의 외모는 없어지고 백인의 외모만 남게 되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그가 태어나기 전에 그의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를 통해서 난 흑인 형인 Raymond 가 Chicago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해져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이 일에 대해 해명하라고 다구치며 크게 화를 내지만, 과거 저지른 큰 실수에 대한 후회와 아들에 대한 죄스런 마음으로 그저 눈물만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Earl 은 원하던 답을 찾지 못합니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등을 돌려버린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합니다. 매일같이 깊은 혼란 속에서 살던 그는 결국 Chicago로 그의 형을 찾아가서 그의 출생과 배경에 대해 직접 알아내기로 하지요.



미국 남부에서 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배다른 형을 찾아 나선 Earl, 그리고 그를 찾게 된 후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적이지만 매우 흥미롭습니다. Raymond는 시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 아내와는 사별하였으며 지금은 이모인 Aunt T와 그의 아들인 Virgil과 함께 Chicago 외곽에서 소박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Earl의 방문으로 인해 Raymond의 집 안팎으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며칠 동안 머물 예정은 아니었으나 동네 흑인 gang 들에게 폭행을 당해 상처가 아물 때까지 예정보다 더 오래 Raymond의 집에 머물게 된 Earl - 이런 기회를 통해 이 두 형제가 같이 지내면서 서로 간의 간극이 좁혀지길 바랬던 것은 잠시였습니다. 과거 노예소유가 합법이었던 시절의 폐해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고스란히 남아 그 결과 이 두 형제의 관계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을 보며 매우 아련하기도 하고, 해결될 듯하면서도 다시 간극이 벌어지는 모습에 답답하게도 느껴지며, 수십 년간을 통해 오래 쌓이고 쌓인 마음속의 미움과 응어리가 결국 표면적인 갈등으로 나타나고 심화되는 것을 보며 실망하는 순간들도 많습니다. 



이런 둘을 보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Aunt T 가 이들 사이에 또한 조금씩 관여하기 시작합니다. 이 두 사람 또한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홀로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많은 노력을 합하지요. 



그 노력들 중 하나가 Earl 이 Raymond의 아들인 조카 Virgil에게 보여준 일련의 관심 어린 행동과 조언에서 읽을 수 있지요. 예전에는 유망했던 프로 풋볼선수였지만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할 수 없이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Virgil을 보며 그의 마음속이 많은 한과 분노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그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Earl 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점차 솔직하고 가깝게 그를 향해 다가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나타난 백인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Virgil 은 처음부터 한동안은 그를 심하게 거부합니다. 아무리 작은아버지라고는 하지만 평생을 본 적도 없는 사람이, 그것도 흑인도 아닌 백인 남자가 자신의 작은아버지라고 하며 관심을 보이며 가깝게 다가오니 심한 거부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부상과 함께 인생이 꺾여버린 결과 마음속 응어리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가장의 노릇도 그리고 어린 두 딸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Virgil을 보며 Earl 은 그가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해주며 삶에 대한 방향을 조금이나마 제시해 줍니다. 결국은 이런 작은아버지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고 Virgil 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며칠간 같이 겪으면서 Raymond와 Earl 은 형제로서 마치 친구들처럼 점차 가까워집니다. 거실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예전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얻은 상처도 보여주는 등 형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행동들과 대화를 이어갑니다. 늦은 밤이지만 서로 농담도 하고 놀리기도 하면서 이들의 우애가 자라나기 시작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ZBf3vD7oApE&t=104s


Raymond와 Earl의 이모인 Aunt T는 Earl 이 떠나기 전날 밤에 이 둘을 모아놓고 그 옛날 Earl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줍니다. 산고가 깊어 이 둘의 어머니인 Willa Mae 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해 이 두 형제들에게 처음 말해주지요. 한 여자가 어떻게 삶을 마감하고, 떠나는 순간에도 엄마로서 이 두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Aunt T는 이 두 형제에게 이 사실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하고 명심하고 살라고 합니다.



Earl 이 떠나는 날 오전, 그는 Raymond에게 동행을 권유합니다. 어머니인 Willa Mae의 묘지에 가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며 그는 Raymond와 함께 Chicago로 향합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도착한 어머니의 묘를 보며 두 형제의 얼굴에는 참 많은 표정들이 교차합니다. 



서로가 아무리 다르고 간극이 크다고 해도 결국은 한 가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하지만 이 중요한 이유 하나만으로 지난날의 비극적인 기억을 넘어 하나가 된다는 모습을 보여준 깊고 따스한 '가족 간의'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두 명의 명배우 (James Earl Jones & Robert Duvall)와 그들의 이모로 등장하는 Irma Hall의 푸근하고 인정 많은 연기도 참 자연스럽고 훌륭했습니다. 


평론도 매우 좋았지요. Roger Ebert는 이렇게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A Family Thing" could have gone deeper, could have had harder edges, could have dealt more painfully with a situation that is more common in American life than has ever been acknowledged. But as it is, it's a superior entertainment, warm-hearted and touching, and with some nice shadings in the performances.


아래는 영화의 trailer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5tMREjQXAQ


- End

이전 21화 "Chances Are (1989)"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