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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17. 2021

요소수, 그리고 80년대로의 추억여행

지나가는 생각들

한국에서 타는 차 두 대와 미국에서 타는 차 한 대가 있습니다. 차 3대가 부의 상징은 아님이, 한국에서 쓰는 차 두 대 중 하나는 법인차량이라 제 소유가 아니고 또 한 대만 개인 차량입니다. 미국에서 타는 차는 개인 소유지요. 사는 곳이 먼 두 곳이라 할 수 없이 비용만 추가될 뿐 사실 아깝습니다.


한국에서 타는 법인차량이 2020년형 디젤이라 최근 요소수 파동으로 인해 불안해하던 차, 드디어 지난주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어제는 아마도 30% 만 남은 상황이 되었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발품을 팔아 저 멀리 경기도 의왕에 있는 주유소로 갔습니다. 이른 아침 6시 40분에 미리 전화를 걸어보니 이미 4-5대가 대기 중이고, 매일 오는 요소수 트럭은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온다더군요.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그곳 - 한 번에 바로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 동네는 산업단지인 듯 시멘트 회사들과 심지어는 철도 레일도 보이고 길에 다니는 차량들은 대부분 16-wheeler (미국에서는 대형 트레일러들을 이리 부릅니다)였습니다. 이제는 예전 추억에만 존재하는 굴다리도 수십 년 만에 통과해보고 모래 등이 잔뜩 쌓여있는 야적장 등도 지나가 보았습니다. 주유소를 찾아야 했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차를 세워서 찬찬히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었지요.


찾던 주유소를 10분이 지난 후 찾아냈습니다. 탱크에 가득 채우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자 들어선 도로 - 하지만 주유소를 찾으며 보았던 풍경들이 생각나더군요. 어차피 먼 길을 왔는데, 그리고 이런 80년대의 분위기를 아마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 하는 생각에 차를 반대편으로 돌려 30여 분전 보았던 그 야적장, 굴다리, 그리고 기찻길을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큰 시멘트 저장소를 몇 개나 지나쳤는지 모릅니다. 예전 국민학교 시절, 이런 동네에서 산 기억이 있어서 참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그 후 길을 돌아서 막다른 곳에 다다르자 보게 된 이 철길들과 작업터(?) - 아침이라 그런지 동쪽에서 뜨는 햇살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그래도 이런 sunray 가 주는 매력이 있더군요. 마치 1976년작 Rocky 1에서 Sylvester Stallone 이 벽돌 두 개를 들고 running을 시작하던 필라델피아 그 뒷동네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근처에는 아무도 없던 때라, 조심스럽게 작업장으로 운전을 해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이 화물기차들과 선로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예전 변두리에 살면서 경춘선을 지나가던 기차들을 봤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철로 위에 못을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간 뒤에 납작해진 그 못을 다시 찾아서 조그마한 칼로 만들어 놀던 시절이었지요 (저 아직은 40대입니다 - 50대는 아직 아니지만 추억은 50대 남자들과 별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모든 것들이 천천히 굴러가던 이때가 좋았었지요. 지금 현실이 더 정이 떨어지는 아침의 경험이었습니다. 예전 생각에 빠져서 30-40분을 이곳에서 있어서 오전 일정을 아주 망쳤지만, 앞으로 반년은 마음 놓고 diesel exhaust fluid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 다행입니다. 추억 여행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 되었고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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