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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an 30. 2022

신해철 씨에 대한 짧은 추억

지나가는 생각들


2000년 가을, 뉴욕이었습니다. 자주 그렇지는 않지만 증권사 senior trader 들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그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술전시회를 후원합니다. 그들 중 아는 traders 인 UBS 소속 재미교포 친구가 한인미술가 전시회를 후원한다며 87 Street & between Madison Ave and 5th Ave 의 어느 gallery 를 빌려 사람들을 초청했더군요. 그중 한 명이 신해철 님. 그당시 뉴욕에 있었나 봅니다.


매우 굽이 높은 구두, 그래도 작은 키, 매서운 눈매, 그리고 검정색 긴 코트. . .첫인상은 호감을 주지 못했지요. 그래도 UBS 친구가 가까운 사이라, 그를 돕기 위해서라도 제가 신해철 님의 말상대가 되어 주어야 하는 제 입장.


Gallery 의 문 옆에 서 있던 그 사람, 그래도 주목받을 입장이지만 섞이질 않더군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기도 합니다.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 후 약 1분간의 서먹함...  그 후 그가 관람객들을 보며 던진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삶의 유희, 다 썩을 것들이지요. 그래도 지금은 즐기는 게 최선입니다."


30대 초반이었던 그의 이러한 말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그 후 선 채로 20분정도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던 기억이 납니다. 매우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다양성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관점을 굳게 믿었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게 된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그가 떠나던 마지막 길, 그게 진통제였건 무엇이었건간에 아프게 가지 않았기만을 바래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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