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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Feb 27. 2022

한 번에 한 걸음씩

지나가는 생각들


오전에 내리쬐는 오래간만의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수건 30여장을 개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생각 없이 따뜻한 볓 아래에서 한 장 한 장 수건을 접고 개고 있으니 이 또한 참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생각은 또 다른 생각들을 불러오고, 예전에 읽었던 피천득 작가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라는 수필이 떠오르더군요. 짧은 수필이었고, 이 수필의 일부를 인용하여 아래 올립니다:


"(중략) 나는 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지금 돈으로 한 오만 원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사랑한다..그러면은 그 돈으로 청량리 위생병원에 낡은 몸을 입원시키고 싶다. 나는 깨끗한 침대에 누웠다가 하루에 한 두번씩 더웁고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딸에게 제 생일날 사주지 못한 빌로도 바지를 사주고, 아내에게는 비하이브 털실 한 폰드 반을 사주고 싶다.


내 것으로 점잖고 산뜻한 넥타이를 몇개 사고 싶다. 돈이 없어서 적조하여진 친구들을 우리 집에 청해오고 싶다. 아내는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 것이다. 나는 오만 원, 아니 십만 원쯤 마음대로 쓸수 있는 돈이 생기는 생활을 가장 사랑한다. 나는 나의 시간과 기운을 다 팔아버리지 않고, 나의 마지막 십분지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중략)"



작게는 나의 주변환경 내에서, 그리고 크게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심신을 매우 피곤하게 하는 세대에 살고 있는 지금, 피천득 작가의 이 글이 마음을 크게 울리게 하는군요. 따스한 햇살 아래서 빨래를 개다가 이 작품이 떠오른 것도 어떻게 보면 축복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감히 이 분의 작품에 작은 감동을 받아 제가 바라는 많은 것들 중 하나를 아래 적어봅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 기억하는 시간의 틀 안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었던 1980년대 - 그 멋진 시절을 나와 같이 살며 만났던 순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소소한 점심을 같이 나누며 그들 또한 나와 같은 바램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같이 확인하며 기뻐하고 부끄럼 없이 눈물짓고 싶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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