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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r 30. 2022

케빈은 12살: 멋진 모놀로그 (3)

S01E03


케빈: 아빠? 아빠는 언제부터 유통 및 제품 지원 서비스 부서 매니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셨나요?


아버지: 미안하다. 그냥 우스운 생각이 들어서 그래. 내가 유통 및 제품 지원 서비스 부서 매니저가 되길 원했다고 하니. 물론 좋은 직업이긴 하지만 내 평생을 보내길 원했던 직업은 아니었다.


케빈: 뭘 하고 싶으셨는데요?


아버지: 당연히 프로 축구 선수지.

 

케빈: 정말로요?


아버지: 글쎄, 차선책은 남겨뒀었지.


케빈: 이 직장이었나요?


아버지: 아니, 여긴 아니었어. 이건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지만. 네 엄마한테도 말야.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배의 선장이 되고 싶었단다.


케빈: 선장요?


아버지: 그래, 대형 쾌속선 같은 배나 화물선, 아니면 석유 수송선 같은 배. 그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한밤중에 별을 보며 방향을 잡고 항해를 하는 거지. 방향을 잡을 때 지금은 모두 기기들을 사용하지만 그 때는 난 몰랐거든. 그래,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지.



케빈: 왜 못 하셨는데요?


아버지: 왜냐구? 글쎄다,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그 이후엔 네 엄마를 만났지. 삶이 다 그렇듯 이렇게 저렇게 삶이 이어지다보니 다음해 여름 난 이 회사에 취직해서 선적 부두에서 일을 시작했단다. 이 회사에 직장을 가지게 된거야. 지금까지 계속 다니게 된 거지.


케빈: 아빠는 훌륭한 선장이 되셨을 거에요


아버지: 아니, 아마 아닐거야. 아마도 배멀미나 했겠지. 케빈, 인생에서 네가 원하는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어. 살면서 여러 선택을 해야만 하고, 너가 선택한 그것들과 어울려 행복해 지도록 노력해야 해. 우리 가족, 지금껏 같이 꽤 잘 해왔단 생각이 드는데? 안 그러니?


케빈: 네, 그래요.






아빠의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면서 갑자기 난 많은 일들이 모두 이해됐다. 우리 아빠는 여기서 일하기엔 너무 뛰어난 사람이었다. 물론 여기는 좋은 직장이고 그렇기에 우린 운이 좋았고 여기서 일하시면서 우리 가족도 잘 살게 되었지만 아빠에게는 S-14이나 유통 보고서 같은것들보다 더 섬세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 날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이런 감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아버진 꽤 훌륭한 분이셨다.


https://www.youtube.com/watch?v=TNb3U22y8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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