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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y 17. 2022

망가진 가정 정체성

지나가는 생각들


2020년대를 미국에서 40대 또는 50대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경우 (땅이 넓고 각 state 별 차이가 있으며 도심화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그리고 농업이 주된 산업인 곳이 있는 반면 광활한 평야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도 있으므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리고 미국인을 1.7세 이상의 이민자들까지도 정의할 경우)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Baby Boomer 세대를 이은 age 집단으로, 오히려 그  전 세대인 Baby Boomer 들보다 더 풍요로운 미국을 경험한 세대라는 생각입니다. 이들은 현대 미국 문화의 절정기였던 1980년대에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 초반기를 보냈고 미국 문물의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그 영향을 온전히 그리고 충분히 받은 집단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 불행하게도(?) 가족 내에서 남자, 즉 그들의 아버지들이 '가장'이라는 확고한 위치를 지켜낸 모습을 보고 경험하며 지낸 마지막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편의상 '80년대 세대'라고 하겠습니다 (다른 term 들, X 세대니, Y 세대니 하는 기존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이 '80년대 세대'에 속한 미국인들, 그중에서도 남자들의 경우,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들에게 가르쳐 준 '미국적인 가장 (20세기 초반 미국 가정의 기본적인 형태로, Post WWII 이후 urbanization 이 진행됨과 동시에 extended family 가 깨어지면서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한 이미지)'이라는 유산을 보고 경험하며 자랐으며, 그들 또한 그들의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들로 이어진 '남성이 가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인 유산을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이 '미국적인 가장'이라는 이미지는 급속한 현대화(?) 및 평등화 추세를 포함한, 왠지 억지로 맞추어진 여러 이유로 인해 급속히 희석되었으며, 이제는 아버지=남자=가장=1순위라는 공식은 깨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이제는 미국의 도심지에서는 볼 수 없는 '미국적인 가장'이라는 문화, 또는 사회적 유산은 - 누군가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하고 인간평등에 어긋난 것이라고 하겠지만 - 대부분의 경우 튼튼했으며 (지금의 가정 구조와 비교하면 이 구시대적인 틀이 더 단단했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 경우에는 고귀하기까지 했습니다. 남자 (남편)는 홀로 가정을 재정적으로 부양하고, 여자 (아내)를 남자 (남편)의 the-one-and-only 그리고 최우선적 목적으로 하고 이에 따라 당연한 의무로 보호하는 책임을 수행했으며 (여성 또는 아내는 이를 당연히 여기고 그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주중에는 9-to-5 일정으로 열심히 일터에서 일을 한 후 저녁 시간에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고 모두 모여서 TV를 시청했으며 자녀들의 숙제를 간간히 확인하고, 주말이면 차를 고쳤으며 집 주변을 보수하고 이런저런 수리를 하고 잔디를 깎기도 했으며, 간간히 늦은 밤에는 창고에서 여러 도구 및 공구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휴일이나 공휴일에는 가족을 이끌고 station wagon을 타고 나가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서 먹던 모습도 그 당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녀들 중 남자아이에게는 각별해서 공 받기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집 앞에서 했고, 십 대 아이들에게는 운전도 가르쳐주었으며, 이런저런 기계 및 집 주변의 일들을 손수 아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명절이면 친척들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무를 사서 같이 꾸미는 것도 주로 아버지의 일들 중 하나였지요. 80년대를 통해 90년대를 지나는 동안 미국이라는 국가가 제2의 prime era를 지나갔으며, '80년대 세대'의 아이들은 이를 배경으로 하며 성장했습니다. 미국적인 가장의 모습을 습득한 마지막 세대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그래도 이들 때문인지 '미국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이후 세대들은 어떤 '가장 (head of household)'의 이미지와 행동 개념을 가지고 미국을 이끌게 될지 궁금함과 동시에 우려가 됩니다. 전통적인 가정의 구조가 깨어지기 시작한 60년대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미국 가정이 경험하게 된 변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기존의 '미국적인 가장' 중심의 틀이 본격적으로 깨지기 시작한 때는 아마도 2000년대 중반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이에 따른 이유는 여럿이 있겠으나, 언급하기엔 너무가 장황할 것이 확실하기에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globalization과 fall of religious beliefs, 그리고 degrading of pop culture를 큰 이유들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E8j5ay_UU


'미국적인 가장'의 틀을 충분히 경험할 수 없었던 '90년대 새대'와 그 이후 세대들은 대체 어떤 틀을 가지고 다음 세상의 주역이 될까요? 걱정만이 앞섭니다.





한국의 경우를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십 대와 이십 대를 한국에서 살지 않았기에 상당히 주관적이겠지만, 한국 또한 남자 중심의 가정 체계는 이미 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이 1960년대에 시작하여 2000년대까지의 긴 시간을 통해 gradual degration 이 되었다면, 한국의 경우는 한순간에 40년 이상을 뛰어넘어버린 듯 한 모습입니다. 급격히 부러져버린 듯 하지요. 순조로운(?) transition 기간을 거치지 않은, 매우 과격한 변화였던 듯 합니다.   


지금의 40대와 50대를 사는 한국 남자들은 지금의 70대와 80대인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그 어떤 문화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유산을 이어받지 못한 듯하고 (사실 60-70년대의 산업화를 통해 일에만 몰두하던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들이라 그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도 딱히 없었던 듯합니다), 같이 공놀이를 하거나 차를 고치는 일, 집을 수리하는 일과 같은 매일 생활에서 경험하는 기회조차 한국의 '80년대 세대'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저녁 식사마저 업무때문에 그리고 입시공부때문에 같이 할 수 없었지요. 거기에 더해 유교적인 문화적 철학적 배경의 사회에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필요 이상의 자상한 모습은 taboo에 가까울 정도로, 아니면 Asian population의 공통적인 애정표현 결핍에서 초래된 것일지는 모르나 수동적인 가족관계 또한 한국의 '80년대 세대'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자란 영향일까요? 한국의 '80년대 세대'들이 그들의 가정을 이끄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과 (남성 중심적인 가정) 2020년의 미국의 가정의 형태 (이미 망가져서 정체성이 없는 불량품과 다를 바 없는 구조)를 모두 띄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60:40의 비율이라면 적절하겠습니다.


한국의 '80년대 세대'를 이을 그다음 세대들 (지금 30대 기혼자들)을 보면 제 걱정은 조금 더해집니다. 미국의 '80년대 세대'가 TV generation이었다면, 한국의 30대 남녀들은 이와 비슷한 smart phone (or Netflix, etc) generation이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는 "TV is the best daddy there is"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TV 를 통해 부모가 가르쳐 주어야 할 것들을 배워왔습니다. 이 또한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접어들어 생겨난 표현이지요. 미국의 80년대가 문화의 황금기였으나, 그 폐해 또한 상당했습니다. 미국에서 2000년대에 무너지기 시작한 문화적, 사회적, 종교적인 틀이 80년대의 시작된 TV 문화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주된 것이라는 것을 보면, 미국의 80년대는 풍성했음과 동시에 독성 또한 강했던 시기였지요. 한국의 경우도 부모를 통해 전달되었어야 할 유산의 상당 부분을 IT medium을 통해 습득한 세대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정의를 내려보았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의 30대 및 40대 초반의 남녀가 이에 속하는 듯하고, 이들의 삶의 형태를 회사, 거주지역, 대중적인 장소 등에서 접할 때마다 자주 놀라는 것이, 이들의 개념이나 행동이 언어와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상당히 충동적이고 본능적이며 극히 개인주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화가 되지 않는, 육체는 30대이나 행동은 십 대 아이들보다 못한 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인성의 결핍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인간성의 결핍이기도 하구요. 거기에 더해 한국적인 문화에서 이제는 엉성하기만 한 미국적인 문화로의 급격한 변화의 산물이라는 추정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순조로운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인 transition 시기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아버지 세대에서 지금의 세대로 넘어올 때 긴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인 공백기, 아마도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의 긴 갭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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