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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의 추억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뉴욕시에서 3시간 반 정도 빠르게 운전을 해서 가면 도착할 수 있는 펜실베니아 (Pennsylvania) 주의 한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Stroudsburg라는 곳이지요. 짧은 거리지만 뉴욕, 뉴저지, 그리고 펜실베니아, 이렇게 3개의 주 (State)를 거쳐서 갈 수 있습니다. 흥미롭지요.



가는 길 또한 미국 답습니다. Interstate 80의 시작은 제가 사는 곳 근처인 Teaneck, New Jersey에서 시작해서 downtown San Francisco, California까지 이어지는 대륙횡단도로지요. Scenic route라고 부를 정도의 아름다운 경관은 아니나, highway를 달리면서 접하게 되는 주변 경치가 일단 규모가 크고 광활합니다. 물론 New York City에서 Stroudsburg, PA 사이의 거리만을 본 것을 토대로 하기에, Stroudsburg을 넘어가서 더 서쪽으로 가면 아마도 더 보기 좋은 풍경들을 접할 수 있을 듯합니다.



Stroudsburg라는 지역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가을과 겨울에 retreat (수련회)을 자주 갔던 곳이 이 도시 근처에 있는데, 수련회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정차한 후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샤핑을 하던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주민들 대부분이 백인들이라, 아시안들을 보기 어려운 이 동네에 저를 포함한 우리 일행들을 보고 무례하지는 않지만 아주 신기한 눈빛을 주던 이곳의 사람들과 가게주인들과 점원들이 생각납니다. 물론 지금은 흔하게 보는 아시안들이라 그렇지 않겠지만 80년대부터 90년대 중 후반까지는 그랬답니다.



Pocono State Park 에는 많은 휴양지가 있습니다. 컨퍼런스 센터도 많지요. 그곳의 사진들을 아직까지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에 가도 참 푸르르고 아름다운 그곳이지만, 겨울은 매섭게 춥지만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애팔래치안 산맥 (the Appalachian Mountains)의 북쪽에 있는 Poconos State Park는 근처(?)에 있는 Delaware Water Gap과 함께 미국 역사의 시작이었던 시절의 풍경이 아마도 이랬으리라 생각해도 무난할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1994년으로 기억합니다만,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 같이 retreat을 가서 3일간을 지내기로 한 첫날 2시간 동안 basketball을 몸에서 김이 나도록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뉴욕 집과는 4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추운 겨울날, 적막하도록 차가운 환경 속에서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매 해는 아니었지만 이곳에 겨울 또는 여름에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던 추억과 더불어 펜실베니아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이 나는 한 사람, 지혜입니다. 제가 21살 때 16살이었던 지혜는 그때 참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제가 매주 일요일에 가르치던, 주일학교 학생들 중 한 명이었지요. 대학생이 된 후 그녀는 지적인 매력만큼이나 외적인 매력도 남다르게 뛰어난 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유명했던 미니시리즈 “질투”에 출연했던 배우 김혜리 씨와 지혜의 외모가 상당히 비슷했다는 말들을 할 정도로, 멋진 아이였습니다.


우리 사이가 선생님/학생의 관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간혹 그 관계의 바깥 테두리에서 잠시 있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 애와의 첫 이성의 감정은… 그녀가 20살이었던 대학 졸업반이었던 1997년 겨울, Pennsylvania에 있는 Pocono Retreat Center에 당시 중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다녀오는 길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녀는 1박 2일의 주말을 통한 일정을 저를 도와주겠다고 같이 와 주었고, 돌아오는 길엔 제가 운전을 하고 있던 5대의 Dodge van 들 중 제가 한 대에 동석하여 조수석에서 제 말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뒤에는 중학교 남학생/여학생 아이들이 피곤해서 잠에 빠져 있었지만, 지혜는 조수석에서 계속 저와 대화를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시 유명했던 CCM 가수 Steven Curtis Chapman의 "I will be there"라는 노래를 그 애가 참 좋아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었고, 이 노래를 듣던 중 지혜가 제 오른쪽 어깨에 살짝 손을 얹으며 제게 해 준 말이 기억납니다:


"오빠가 나중에까지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어를 잘 하지만 저와의 대화 중 한국어를 쓰는 적이 거의 없던 지혜였지만, 중요한 말을 할 땐 꼭 한국어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날도 그랬고, 저는 그녀의 이런 부탁에 흔쾌히 그러리라 약속을 해 주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Pocono 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3월 초까지도 눈이 쌓이는 깊은 산속이기도 합니다. 2월 말에는 가 볼 예정입니다. 캠프의 주인은 아마도 바뀌었을 듯 하지만 그래도 80년대에도 그랬듯이, 90년대를 지나 2010년대에도 그랬듯이, 아침에는 chicken noodle soup와 bacon, egg fries 3개와 pan cake 5장에 더해 toasted bread 2장을 내놓는 전통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물가가 올라도, 인건비가 올라도, 사람이 바뀌어도 웬만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 곳이니까요.



- January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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