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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00번째의 시도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예전에 Yellow fever 라는 전염병이 있었습니다. 황열병이라고 하는, 1930년대에 대유행을 했던 질병으로,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지요. 많은 의학계 관련자들, 바이러스 전문가들, 그리고 의사들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의학기술을 사용하여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Max Theiler 는 1937년에 이 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고, Rockefeller 재단은 이 백신을 가지고 1940년부터 1947년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고, 결국에는 이 전염병을 정복하게 되었답니다.



당시 Max Theiler 는 백신개발을 위해 쥐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와 그의 스태프들은 99개의 다른 substrain 들을 기초로 한 샘플백신들을 이 쥐들에게 사용했다는데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수 많은 쥐들이 백신효과를 보지 못하고 죽었답니다. 이 수많은 실험을 하는동안 크고 작은 실망과 좌절을 맛본 이들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연구과 실험에 임했고, 100번째 실험을 하게 되었다는군요. 놀랍게도 이 100번째 실험 결과가 그들이 찾던 것이었고, 이 결과물을 토대로 하여 황열병에 싸울 백신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확률로 보면 1% 였습니다. 성공확률로 보면 실패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삶이 언제나 숫자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겠지요. MBTI 와 같은 성향/성격테스트로 한 인간이 판단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지요. 성공한 사람, 무엇이든지 잘 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또는 대기업 등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 또는 인맥이 튼튼하거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을 믿기는 쉽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의 경우 유명한 배우가 아파트 광고 등에 도배되다시피 등장하는 것이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가 된 듯 하니까요. 소위 '검증'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이런 흐름에 편승하면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쉽겠지요.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이런 배경을 보고 선택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하지만 이런 사회는 병든 사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적인 신뢰가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 만들어낸 것들이 망가지면, 또는 그것들이 house of cards 라면,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진면목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일 수 있고, 이런 경우도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꿈꾸는 달 (moon) 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달의 반쪽만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지구로 향하고 있는 그 반 쪽 말이지요. 그 반대편은 어떻까요? 우리가 살면서 대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쪽이 아닌, 그 다른 반쪽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물론 추할 것이라 추정함이 합리적이겠지요.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반쪽도 보이는 반쪽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임을 우리는 이제 잊어버린 듯 합니다.


사람에 대해서는, 100번 시도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를 제게 바래봅니다. 제가 지지하고 믿어온 그 사람이 작은 성공이라는 것을 하게 되어, 그에 취해 그 여타 다른 경우처럼 변질되어가기 시작하는 순간까지만이라도 그 사람을 믿고 지지하고 싶습니다. 관계를 시작함에 있어 그 사람이 가진 track record 로 판단을 하기도 이제는 위험한 세상이라, 작은 불씨가 큰 불이 되길 바라며 그 한 사람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간다는 일이 기계와 다를 것이 없겠지요? 수많은 용서와 희망, 기대, 실망을 통해 쌓아나가는 관계가 가장 건강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요? 제가 믿는 저 자신, 그리고 제가 가진 관계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진실한 사람들이 연탄불처럼 12시간 후 흰 재로 변하지 않고, 그 불씨를 키우고 소중히 키워나가며 아름다운 모닥불로 승화되길 바래봅니다.


- February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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