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던 American pop 가수들 중 Carly Simon 이란 분이 있습니다. Oscar 수상자이기도 하며 Grammy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백인가수들 중에서는 Cher 만큼이나, 아니, 그녀와는 다른 시원한 가창력을 가진 가수이며, Cher 나 Bette Midler와 비교해서 딱히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그런 가수들 중 한 명이지요. Feminist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가 Working Girl (1988)의 theme song으로 올려졌고, 남편이었던 James Taylor 와의 이혼과 그 후 일들, 그리고 Woody Allen을 존경하던 그녀가 그의 불륜 (한국계 입양아인 수양딸과의) 이후 그를 그녀의 노래 및 공적 및 사석에서 직설적으로 비난했던 일 등을 생각하면 아마도 Carly Simon 은 Women's rights에 매우 관심이 깊고 또한 활동적인 사람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7년작인 007 시리즈 "The Spy Who Loved Me"에 자신이 이 노래를 theme song으로 불렀다는 점이 상당히 의아합니다. The James Bond series에 대해서는 - 물론 이 franchise 가 꽤 많이 나왔기에, 그리고 TV 등을 통해서도 많이 방영되었고 지금도 그렇기에 -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마저도 알고 있는 사실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1)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점 - 물론 Daniel Craig 이후에는 그 농도가 옅어지기는 했습니다만 - 그리고 (2) 남성상위적인 이미지를 거침없이 뻔뻔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지요. 아래 opening scene을 보시면 그 정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물론 여기에 Carly Simon의 노래 "Nobody Does It Better"가 흘러나오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isAUOa50wdA
아래는 80년대 후반 Carly Simon의 concert에서 opening song으로 Nobody Does It Better를 부르는 Simon의 모습을 담은 영상입니다. Carly Simon 의 목소리 = 여름 = 해변가 = 낭만... 이런 공식이 왠시 성립되는 데 무난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영상과 음악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SaV-6qerkqI
음악잡지 Billboard에서는 이 노래를 두고 평하기를, 아마도 Simon 이 "마치 그녀도 007의 슈퍼휴먼 파워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처럼 노래를 불렀다"라고 할 정도로 가사와 곡, 그리고 가수의 performance 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꼭 James Bond 영화에 수록된 노래가 아니었어도 이 노래는 성공할 요소를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다른 음악전문가도 평가를 했었지요.
노래가사는 사랑에 대해 참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목을 직역하면 참 이상하게 되는데 (아무도 당신보다 잘할 수 없어요: 왠지 육체적인 의미가 영화장면들과 함께 떠오르지요), 아주 캐주얼하게 "당신이 최고인걸"이라고 하면 왠지 어울릴 듯합니다. 하지만 원곡의 언어 그대로 이해해야 예의겠지요:
Nobody does it better
Makes me feel sad for the rest
Nobody does it
half as good as you
Baby, you're the best
I wasn't lookin'
but somehow you found me
I tried to hide from your love light
But like heaven above me
The spy who loved me
Is keepin' all my secrets safe tonight
And nobody does it better
Though sometimes I wish
someone could
Nobody does it quite the way you do
Why'd you have to be so good?
The way that you hold me
Whenever you hold me
There's some kind of magic
inside you
That keeps me from runnin'
But just keep it comin'
How'd you learn to do
the things you do?
And nobody does it better
Makes me feel sad for the rest
Nobody does it
half as good as you
Baby, baby
Darlin', you're the best
아주 편안한 breeze처럼 기분 좋은 노래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드는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지요.
잠시 영화 이야기를 해 보면, Ian Fleming의 James Bond series는 어처구니없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영화들입니다. 이유는 아마도 James Bond와 그가 경험하는 세상의 신비로움, 스토리라인의 단순함, 많은 판타지적 요소, 그리고 (남성에 있어) 대리만족을 온전히 느끼게 해 주는 영화들이었기 때문이지요.
다만 저는 James Bond "Skyfall (2012)"을 이 franchise의 마지막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우선 M 이 세상을 떠나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였고, 그렇게 숨겨오던 James Bond의 출생비밀이 이 에피소드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위 네 가지 요소와 맨 위에 이미 기술한 두 가지 추가적인 요소 (여성의 상품화 & 남성우월주의적인 면)가 이 영화를 끝으로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바뀐 세상의 요구로 인해 깨어지게 되고, 현세상이 원하는 면을 가진 새로운 James Bond를 그려내라는 것을 수용하기 시작했기에,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던 - 오만스럽게도 꽤 오래 추구해 오고 지켜왔던(?) - 독특한 면들을 이 에피소드 이후로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야쿠자나 마피아도 나름대로는 그 나름대로의 깡패철학이 있는데, 그것을 증오하고 경멸해도 그것이 깨어지는 것을 보면 어느 한 구석이 아쉬운 면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기에 M의 죽음과 함께, 그리고 James Bond "Skyfall (2012)"을 마지막으로 James Bond는 그 맥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 February 18,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