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상의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그리고 한 순간에 마음 속으로 몰려들어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젊은 나이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승리와, 실패와, 희망과 절망을 세월을 통해 경험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거기에 더해 육체적인 힘이 전에 비해 급격히 달라지는 40대 이후에 느낄 수 있는 그것.
이 모든 감정들이 무엇인지는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간절함, 풍족함, 질투, 후회, 미움, 사랑, 절망, 희망, 안도 등의 모든 것이지요. 이 모든 느낌들이 홍수처럼 마음 속을 샅샅이 적시고, 이성적 능력으로는 이 젖어든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지요.
나 자신을 부풀려 나처럼 잘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고, 그 후 나처럼 쓸모없는 인간도 없다며 머릿속에서 나 자신을 무자비하게 찢어버리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내가 소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퍼지고, 젊은 여성들 중 눈에 띄는 어느 한 사람을 보게 되면 나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듭니다. 이유는 없지요. 마음이 저지르는 일이니, 생각이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감정의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는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 라는 생각과 안도감이 슬며시 마음속을 차지합니다. 이런 현상을 그저 중년의 위기니, 갱년기니 하며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