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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by Rumi


짝사랑을 unrequitted love라고 합니다. One-sided love 라 해도 무관합니다만, 이 표현이 더 적절하지요. 자신의 짝사랑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 주는 것처럼 아둔하고 지루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 듣는 사람에게는 말이지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마치 세상이 떠날 듯한 마음과 열정으로 말하고 있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국 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이런 마음을 표현한 노래들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American pop으로는 "Can't Fight This Feeling" 이 있고, "Friends and Lovers"라는 노래도 짝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Nikita"도 반쪽인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긴 하지요.


한국가요에는 이 주제를 다룬 곡들이 American pop 보다는 몇십 배는 많은 듯합니다. 그중 가장 빛나는 노래가 "인형의 꿈" 이 아닐까요? 이 진부한 주제를,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도록 만든 노래가 일기예보의 이 노래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2절의 이 부분 "난 매일 꿈을 꾸죠, 함께 얘기 나누는 꿈. 하지만 그 후의 아픔을 그댄 알 수 없죠." 이 가장 마음을 찢어 놓습니다. 이 소절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일기예보의 version 보다 어쩌면 더 절실한 마음의 표현을 했을지도 모를 러브홀릭 version 도 듣기 좋습니다. 남자의 version vs. 여자의 version이라고 하지만, 영상을 찾아보면 왠지 이들의 live version을 듣고 보는 것보다 (일기예보의 live는 가수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못 부르고', 러브홀릭의 live는 자아도취적이라는 느낌), 일기예보의 라이브가 아닌 album version 만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의 "쌩목소리" version 은 실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일기예보의 version을 1987년작 "Some Kind of Wonderful"의 영상에 더해보았습니다. 보기 드문 짝사랑 영화인데, 노래와 꽤 어울린다는 자평을 해 봅니다.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 가나 봐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난 매일 꿈을 꾸죠

함께 얘기 나누는 꿈

하지만 그 후의 아픔을

그댄 알 수 없죠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 February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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