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라는 영화가 제95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SVB 파산과 그 여파로 정신이 없는 미국에서 (어쩌면 그 틈을 타서)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삶을 다룬 영화가 - 1993년 The Joy Luck Club으로 시작해서 2020년 Minari로 강렬한 기억을 남기더니 - 2022년 오스카 작품상을 받게 되었군요. Asian film industry로는 아주 영예로운 순간이었음은 확실합니다 (Sarcasm!).
작품상이라 - 그런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요? (don't think so)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 Evelyn이라는 중년의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빨래방은 적자에 허덕이며 실패하기 직전입니다. 여기에 더해 소극적이고 비겁한 모습도 간간이 보이는 남편과의 오랜 결혼 생활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다 못해 그녀의 삶을 날이 갈수록 피폐하게 만들고 있지요. 매사에 비판적인 아버지도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딸과의 관계도 엉망이지요. 하지만 Evelyn 은 그래도 꿋꿋하게 고군분투합니다. 모든 이민자들이 경험하듯, 미국 국세청도 그녀를 괴롭히지요. 이 부분은 사실 자신이 초래한 결과겠지요. 국세청 사람들이 다 그렇듯 초라한 옷차림의 IRS 감사인 Deirdre와 같은 사람들이 Evelyn의 주변에는 너무 많고, 그녀의 삶을 더 파괴하려고 달려드는 듯하다는 착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매번 지더라도 강하게 밀고 나가는 한 이민자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이렇게 평하더군요: 만약 공허함이라는 게 세대가 변하며 내려오면서 쌓인 트라우마로부터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에 대해 (섣부른) 판단과 거부를 하기보다 (연민과 이해로 이에 대해 접근한다는 가정 하에) 이것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즉, 같은 세대를 통해 전해진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이러한 공허함을 되돌릴 수 있다고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혼돈이 지배하고 삶이라는 게 마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나마 잠시 찾을 수 있는 삶의 작은 조각이나 의미를 즐겨야겠지요. 사랑과 우정, 또는 의리의 순간들 - 이런 것들은 간간히 우리 곁을 찾아오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엔 이것들은 모두 한 번에 우리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1993년 The Joy Luck Club과 닮아 있지만, The Club 이 아시아 대륙과 북미대륙을 커버하는 epic스러운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모국 (중국)의 요소를 많이 배제한, 아시안계 이민자들이 미국인으로 미국 속에서 미국인인들과 살아가는 삶을 그렸다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동양문화와 사고방식이 그 근본에 배어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것들이 미국문화와 사고방식에 엮어져서 일어나는 이민자들의 경험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지요, 중국계 이민자들의 관점에서이긴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Minari 와는 아주 다른 면이 있는데, 미나리의 경우 어느 한 개인의 semi-autobiography를 토대로 한, 꽤 개인적인 관점으로 영화가 구성되는 반면, 이 영화는 개인의 관점으로 구성된 영화지만 꽤 넓은 삶의 폭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을 동시에 all at once로 보여줍니다. 영화가 좀 산만한 느낌이 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생각입니다.
Jamie Lee Curtis 가 요즘엔 조연으로 자주 출연하더군요. 이 영화에서도 꽤 중요한 역을 잘 해냈습니다. 아래는 제가 꽤 좋아했던 장면입니다 (관련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참 인간적인, 따스한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Verdict: 중국적인 cliche 코미디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며, 중국어 사용을 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영화가 왜 지금 미국에서 작품상을 받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아합니다. Evelyn처럼 미국인들의 삶이 정말 피폐해진 나머지, 그리고 그 공감도가 높은 결과 오스카 작품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일까요? Evelyn과 그녀의 딸과의 너덜너덜해진 관계처럼, 피로도가 극도로 상승한 미국인들에게 이 난잡한 영화가 appeal을 하게 된 세상에 살고 있음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반대로 경쟁작들은 사실 그다지 좋은 작품은 없더군요. 아카데미도 별 수 없었던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