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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행복지수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세계적인 설문조사 전문기업인 입소스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3년도 세계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조사국가 중 두번째로 낮은 국가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균은 73% 였으며 한국은 57% 라고 하더군요.


https://www.ipsos.com/en-uk/ipsos-global-happiness-index-2023


대부분의 나라가 전년에 비해 행복지수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순위가 낮아진 것이라고 합니다. 1위부터 내려가보면 중국이 1위로 91%, 이어 사우디아라비아(86%), 네덜란드(85%), 인도(84%), 브라질이 83%였으며, 미국은 76%, 영국은 70%, 독일은 67%, 그리고 일본은 60%로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은 2011년 71%로 시작을 한 후 2013년 5월 조사에서 62%, 2017년 3월 조사에서 48%로 낮아진 후 이후 5번 조사에서 50%대에 머물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군요. 꼴찌에서 두번째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는데, 삶에 의미를 느끼는 것에 대해 한국의 경우 34%로 나와 모든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이 73%이고,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국가인 폴란드도 56%였다는군요. 행복의 핵심 요소로 삶에 의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은 가장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저의 경우 미국에 있을 때는 하루하루를 사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하는 일이 거의 같기 때문에 일 때문은 아니겠지요. 다만 한국에서는 하루를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 환경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객관적이지 않지만 Ipsos 의 설문결과와 제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지수의 지역간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가장 효과적으로 이 간격을 제 경험을 통해 이렇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제가 종아하는 가평으로 day trip 을 갑니다. 잘 정돈되고 깔끔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공공도로에 진입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과속방지턱이 운전을 방해할 정도로 차의 주행성을 저하합니다. 그나마 이 과속방지턱도 어떤 규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높이와 각도가 가지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을 조금은 천천히 넘다보면 뒤에 바짝 따라붙는 차들이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high beam 을 켜기도 하지요. 제가 뉴욕에서 운전을 한 사람이라 '막운전'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나보다 운전을 더 위협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한국에서는 자주 봅니다. 이 경우 주로 독일산 수입차들이지요. 하이빔을 켜고 신경질적이던 차는 굉음을 내며 제 옆을 추월해갑니다. 한국에는 고급차들이 왜 이렇게도 많을까요? 기이하다 느낄 정도로 독일 차들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폭력적인 차들의 '노력'도 잠시일 뿐, 지나치게 많고 점멸체계가 일정하지 않은 신호등에 걸리게 되지요. 조금 전 위협적으로 추월을 하고 앞서 간 차 옆에 나란히 서게 되고 그 차 운전자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신호를 기다립니다. 조금 더 큰 길로 나가면 과속방지턱은 없지만 신호체계는 들쑥날쑥입니다. 길가에는 "김건희 수사해라!"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윤대통령!" "이재명 구속하라!" 등 저급한 정치수준을 그대로 부끄럼없이 드러내는 정치인들(?)이 내 건 배너들로 길은 도배되어 있습니다. 지나가는 버스에는 성형수술 광고, 연에인이 뭔가를 홍보하는 광고가 있고, 유턴라인은 이제 대낮에도 불법으로 차를 돌리는 차들이 대부분입니다. 창문을 열고 가래침을 뱉는 사람들은 이제 신경에 거슬리지도 않을 정도로 익숙합니다. 이런 식으로 익숙해진 육중한 덤프트럭은 법은 있어도 소용이 없는 듯 커버도 없이 좁은 길을 맹질주합니다. 통근버스인지 관광버스인지 모르지만 정해진 차선 없이 마구 달려가며 가뜩이나 좁은 차로를 홀로 차지하며 옆의 차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교외로 길을 빠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평 그 한 곳이 좋아서 가는 일이지, 사실 거기까지 가는 여정에서 보게 되는 바깥 풍경은 지저분합니다. 정리가 안 된 길가들, 포장도 된 길이지만 덤프트럭들이 흘리고 간 흙먼지들이 날리고, 논밭의 경계 또는 정리된 상태도 지저분합니다. 고속도로는 참 잘 되어 있지만 서울을 벗어난 지역들의 경우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듯 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평까지 teleport 를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하게 되지요.


이렇게 적어놓으니 삶에 불평만 가득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위에 적은 경험이 극도로 주관적이거나 좁은 시각 또는 마음으로 본 것이라 가정할 수도 있겠지만, Ipsos 가 발표한 한국의 행복지수가 낮은 사실과 빗대어보면 제 경험들이 주관적인 또는 좁은 견해에서 나온 것이라고만 할 수 없을 듯 하군요. 제가 "지나가는 생각들"이란 부제목을 달고 올린 글들에 자주 피력했던 것들, 즉,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들 - 사적인 공간의 부재 (주변에 있는 물체 또는 주변 사람과의 사적인 거리), 불쾌한 정치뉴스가 헤드라인으로 매일 매시간 나오는 뉴스프로그램, 오락프로그램으로 넘치는 TV프로그램, 일반적으로 낮은 사회예절, 이기주의적인 사회분위기 등 - 이런 요소들까지 더해지면 한국은 살 곳이 안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불평만 할 수 없겠지요. 헬조선이라고 비난만 하면 결국 이곳은 지옥이 될 뿐. 만약 가능성이 아예 없는 한국사회라면 대부분의 재미교포들이 그렇듯 이곳을 돈만 버는 곳으로 간주하고 포기하고 살겠지만 (마치 인디아에 가서 사는 외국인들이 INDIA 를 되뇌이듯: I'll Never Do It Again = INDIA) 한국은 이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희망합니다. 이 모든 "비행복적인 요소"들이란 게 사람들이 (즉, 한국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 어찌 보면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 우리 주변에 있는 양심있고 선하며 착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그들이 그 좋은 요소들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보호하며, 더 나아가서 그들의 존재가 사회에 드러나도록 한다면, 마치 호흡기로 전달되는 좋은 바이러스처럼 (As in THE LAST SHIP), 최소한 더 이상의 degrading 을 늦추고, 또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요즘은 한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March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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