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류학 (Urban anthropology) 은 도시라는 영역 내에서 인간 사이의 상호 관계 및 그 관계가 형성하는 파생현상 등을 연구를 하는 학문입니다. 사람들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연구한 수많은 현상들 가운데 group contagion 또는 behavioural contagion이라는 것이 있지요. 번역하면 집단전염 또는 행동적 전염으로 이해됩니다. The World Cup Games에서 국가별로 볼 수 있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흥분의 표현들이 이 현상의 좋은 한 예가 될 수도 있고, 1992년 Los Angeles 폭동에서 흑인계 및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집단적 전염현상이 이것의 나쁜 예가 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집단적으로 단시간에 보이는 현상들을 우리 주변에서 크고 작게 볼 수 있지요.
이 집단전염 현상은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전염현상으로, 의학적인 '감염'은 아닙니다. 이 현상을 미국에서 많은 과학자들과 의료인들이 연구를 해 오고 있는데, 폭력적인 집단 현상과 흑인계 미국인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한 논문 등이 매우 흥미롭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 도시화된 사회가 만들어 낸 가장 나쁜 결과물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엉켜서 좁은 공간 (도시지역)에서 살아야만 하는 스트레스 레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평소에는 서로 간에 협조 (cooperation) 하며 버티던 사회구조 (societal fabric)가, 인간들 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적대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협조가 폭력적인 결과물 (aggtession)로 변할 수 있고, 불행하게도 집단면역이 나쁜 요소들이 우세한 환경 속에서는 그 전파력, 즉 폭력성과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주 짧은 시간에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나쁜 예의 경우 - 마치 1992년 LA Riot에서 흑인 및 히스패닉 시민들의 행동을 통해 그토록 단시간 내에 극도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견해로 볼 수도 있지만, 집단전염은 대체로 어느 한 집단이 가지는 억압된 분노의 감정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경험한 억압과 배제, 차별과 상대적 빈곤을 통해 누적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마치 두 지진대가 어느 시점에서 그 상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서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과 같지요. 여기에 더해 의식주의 문제가 위 스트레스 요소의 결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나머지 삶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도전을 받게 되면 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곧 부러지고, 이는 큰 사회적인 폭력 (작게는 범죄, 크게는 폭동)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에 속하고 싶어도 피부색, 출신, 성별 등의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차단을 당하게 되는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이 어떤 매개체로 인해 폭발하는 것은, 그들만을 질책하고 처벌할 수는 없는 지금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공통점을 가진 집단들이 형성되면 이러한 집단전염이 쉽게 퍼지기에, 미국의 경우 흑인계 또는 히스패닉계들이 이 사회적 trap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이를 그저 미국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노예제도나 유럽의 침략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중남미 원주민들의 역사를 이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로 쉽게 연관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민을 온 유럽계 및 아시안계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는) 이 현상에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 있지요.
그렇다면 이 집단전염의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저 자유를 억압당한 사람들의 vicious cycle (악순환) 이, 즉, 흑인 및 히스패닉 조상들이 겪은 폐해가 마치 저주처럼 그대로 내려온 것일까요?
결국은 아래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1. 의식주의 문제 (돈의 부족함)
2. 생물학적 동질성을 가진 집단 (단일민족 또는 인종)
3. 사회적인 동질성을 가진 집단 (지역적 또는 교육적)
이 세 가지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돈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사회적 또는 정치적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고, 심지어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미국도 2010년 중반 이후 다양성은 점차 그 색을 잃어가는 반면 양극화는 눈에 띄게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문제들도 결국에는 (한국에서 보자면) 돈의 문제, 그리고 이는 출신의 문제 또는 교육정도의 문제가 아닐까요?
암 종양과 같은 이런 사회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악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 듯합니다. 노아의 방주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일은 있겠지요.Global warming을 막아보겠다고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전 세계적 대책들은 헛웃음만 나오게 할 정도로 상상 속 이야기나 낮잠을 자면서 잠시 스쳐간 몽상 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시계를 돌리기엔 늦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회적인 집단전염에 대해 해 볼 만한 일들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The Last Ship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번 Covid-19 이전에 나온 미국 드라마로, 팬데믹의 발생과 이후 세상을 다룬 이야기였지요. 아주 잘 만든 series인데, 그중 S02E13에서 백신을 개발한 Dr. Scott과 미국 임시대통령이 승선한 해군 Nathan James 호가 St. Louis로 입항하여 이 백신을 human & aerial interaction (신체적 / 공기적 접촉)을 통해 전파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군함에 승선한 해군들과 사람들은 이미 백신을 맞고 면역이 된 사람들로, 육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전파할 계획을 세운 것이지요. 서로의 뺨과 손을 만져주고, 키스를 나누고, 같은 물을 마시고, 호흡을 같은 공간에서 하는 방식이, 이 좋은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전파하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