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으니.""한국에서 애를 키우지 않으니까 하는 소리지.""언제나 미국으로 다시 갈 수 있으니 말을 쉽게 하지."
한국의 초중등교육에 대해 언급을 하면 그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문구들입니다. 대부분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뒤틀어진 표정, 다른 일부는 슬픈 표정, 또 다른 일부는 방어적이거나 어쩔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극히 일부지만 공격적인 얼굴을 보이지요.
아이를 1위로 만든다는 영재학습이다, 대학등록금보다 더 비싸다고 하며, 상위 1% 가기 위한 첫 발디딤이라는 등의 문구로 광고를 버젓이 하는 초등교육 프로그램 광고를 보게 됩니다.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서 theme song까지 만들어 홍보를 열심히 하는데,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많은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할 듯합니다:
대학등록금보다 더 비싸면 반드시 효과가 있을 거야. 1 위급 연예인이 광고하는데, 저 사람이 광고섭외를 받을 때 자기 이미지 등 다 고려하고 나온 걸텐데 당연히 검증된 거겠지? 저렇게 광고하는 걸 보면 저 프로그램으로 이미 성공한 것일 게고, 그렇기에 돈을 많이 벌었기에 몇억 되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썼겠지? 우리 애만 떨어지면 안 되니 무리해서라도 보내야겠지? 너무 비싸서 저기로 내 아들 보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문학습지라도 하나 더 하게 해야겠다.
영어사회에서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와 대학원을 나왔다는 배경과, 한국에서도 기업교육을 제공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끔 기업체 고객에서 임직원 자녀영어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기업체에서 원하는 사항은 매 번 동일합니다.
"네이티브 선생님으로, 북미지역 교육전공자 여자선생님이면 더 좋고, 미국에서 쓰는 교재나 검증된 걸로 1주간 캠프 운영해 주시고, 요즘 인기 있는 영어테마로 1주일간 집중교육해 주시고, 애들 지루하지 않게 프로그램 짜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방법이 아이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1주일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로 다른 프로그램을 제안하지만 (읽기 위주 & 환경설정 후 자율 영어학습) 고객사의 원하는 것은 언제나 위와 같지요. 운영하고 조직하는 제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요청대로 하는 것은 쉽습니다. 한국 내 강사님들도 이것을 잘 알고 있고, 원하는 대로 잘 따라주지만 그들도 이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애들이 애들 같지 않은 언행을 하는 것을 아주 자주 목격합니다. 내 아이도 아니고 상관할 바도 아니다는 생각으로 무관심하게 지내왔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의 정도가 걱정이 될 정도로 악화되는 듯합니다. 아버지 직장이야기는 기본이고, 심한 경우에는 연예인 이혼이야기나 외도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자연스럽게 꺼내는 5학년 및 6학년 애들도 자주 봅니다. 담배 및 섹스 이야기도 하는 것도 가끔 접합니다. 부끄러움도 없이, 다 그렇다는 말과 함께. 걸그룹 엉덩이를 흔드는 것을 묘사하며 또래 남자아이 앞에서 똑같이 하는 모습도 봅니다. 그것도 아주 잘하더군요.
대체 아이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예전에 아래와 같은 사진과 문구가 올라온 website를 보았습니다.
"These Kids Aren't Zombies. They're Just Watching Some TV"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TV시청시간을 허락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사였는데, 차라리 제가 어렸던 시절, 만화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멍하게 보던 때가 (멍 때린다고 하나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좋은 교육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걸그룹 엉덩이댄스나 BTS의 그것을 보게 한다거나, 어른 드라마를 밤 10시 넘어까지 같이 보는 행위는 아니겠지만, 열성적으로 parenting을 한다며 아이들을 보내는 교육기관 (사교육)이 아이들에게 독이 되어, 결국은 이들이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암덩이가 너무 커져서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것과 같은 한국의 초중고 사교육이지만, 깨어있는 부모들이 많아져서, 과감히 사교육을 거부하는 시기가 도래하길 바랍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만드는 나라는 겉으로는 최상위가 될지는 모르나 (이 또한 의심스러우나) 속은 썩은 나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양프로그램에서 자주 부러운 눈빛으로 보여주는 서유럽 국가들의 초중고 교육을 그냥 쳐다보지만 말고 행동에 옮기는 건 어떨지 합니다. 아,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인가요? 그렇다면 더 암울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결국 이들도 지금 열심히 사교육에 돈을 퍼붓고 있는 부모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