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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라면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을 소유하는 것의 본질은 아마도 그것이 제공하는 평화를 즐기는 것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방해 없이 평화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옆집이란 존재가 있으며, 지나가는 사람이 들여다보거나 또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망원경 등으로 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는 현실이지요. 소란스러움과 소음은 이제는 삶의 일부이며 프라이버시는 아무리 외쳐봐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같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같이 들립니다.


소음과 소란스러움을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도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되겠지만, 도시의 삶에 있어서는 예외겠지요. 하지만 일정 한도를 넘는 소란스러움과 잡다한 소리들을 견뎌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며 이에 대한 고통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암묵적으로 무시하거나 과민적인 반응을 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유는 간단하겠지요? 누구나 평화롭고 조용하게 지낼 권리가 있습니다 - 심지어는 도시에서도 말이지요. 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를 후진적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습니다. 삶의 질에 대한 설문도 국제적으로 정기적으로 실행되듯이 평화롭고 조용한 삶을 가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평화롭고 조용한 삶이라는 것은 사실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과대평가된 것이 맞습니다. 회사 생활도 참 소란스럽습니다. 일 그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닌, 인간관계의 소음이고, 사회생활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의 고문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개인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의 우선순위는 아니었지만 평화와 조용함을 찾기 위해서라는 답도 많이 듣습니다. 저 또한 그런 목적으로 30대 초반부터 그래 왔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날들을 보면 제가 진정으로 갈망하던 것은 진정한 사람, 신실한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울타리를 치고, 대문을 만들고, 마당을 넓히고, 예전에는 워크맨 지금은 블루투스 기기 등을 들고 다니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살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은둔, 평화와 고요를 찾아 세상을 차단하고자 하는 시도겠지요. 이들이 아마 외롭지는 않더라도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 너무 단절되어 있는 지금이 맞지요?


우리가 쌓아놓은 벽을 통해 이웃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벽 넘어 있는 사람들도 상대의 평화와 고요를 진심으로 존중하며 자신들의 삶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1m 80cm 의 담을 쌓고 사는 제 마음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 April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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