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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자)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분리주의란?

미디어에서 전해주는 해외뉴스 소식들 중 자주 듣게 되는 용어들 중 하나가 분리주의 (separatism) 또는 분리주의자 (separatists)입니다. 사전적 정의는 이렇지요: "분리주의(分離主義)는 중앙정부로부터 어느 지역을 분리, 독립시키려는 의도나 태도를 일컫는 용어이다. 좁은 범위에서, 분리주의는 파벌의 사회적 고립이나 분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분리주의 운동"은 특정 사회가 자신들을 억압하는 정치적 기관이나 제도로부터 자치권을 얻고자 하는 운동을 말한다. 그렇지만 분리주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처럼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 집행될 수도 있다. 분리주의는 지역 갈등이나 인종 갈등, 언어 충돌, 문화 충돌, 차별 또는 이러한 요인들의 결합으로 일어날 수 있다."


위의 내용을 읽은 후 드는 생각은 분리주의라는 것은 정치적이며 매크로적인 것으로 우리의 일상과는 관계가 없거나 있더라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는 분리주의자는 성향을 가진 집단이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존재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인 분리주의라는 것을 보면 한국에도 이 성향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러시아와 폴란드인-핀란드인-체첸인 사이의 대립,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경우의 대립이 있겠지요.


상당히 무겁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논리지만 분리주의는 의외로 우리의 삶 속에서 매일같이 작용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다민족 또는 다문화 사회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단일민족으로 또는 단일인종으로 구성된 한국사회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약하겠지만, 분리주의는 문화, 지역, 언어, 인종 등의 영역에서 매일같이 작용하는 원리입니다. 조금씩은 개개인간 그리고 집단 간 분리주의는 한국에도 존재합니다.




분리주의의 대표적인 경우:

미국 흑인사회 & 백인우월주위자 집단

미국의 경우, 분리주의적인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은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입니다. 일반 사회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하지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는 그들의 분리주의는 문화적인 요소에 근거를 두며, 자신들을 위해 취한 분리주의이며 이는 자발적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신들의 문화적, 인종적, 약간의 지역적인, 그리고 심지어는 언어적인 분리를 자발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집단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형태로 그들의 '신념'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흑인계 들도 자신들도 분리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는데요,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분리주의 운동은 경제적이며 인종적인 차별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체로 자신들은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보고 이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할 수 없이 분리주의적인 notion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는 그들의 역사를 보면 누구라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겠지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그것과는 달리, 미국 흑인사회의 경우 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비자발적이지만 우리가 초래한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싸워서 쟁취해야 하므로 숨길 것이 없다는 의미겠지요.



어쨌거나 이 두 경우 모두 극단의 폭력성을 가집니다. 그것이 언어적일 수도 비언어적인 폭력이 되기도 하고 물리적인 폭력 또한 동반합니다.




왜 이것을 고집할까?:

백인우월주위자 집단의 경우

이미 광범위하게 알려진 미국 흑인사회의 입장은 별개로 하고, 백인우월주의자들 - White Supremacists - 의 분리주의를 그들의 견해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1. 타인종에 비해 자신들이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고 보는 이들은 (우생학적인 접근) / 2. 타인종 (언어, 문화, 종교, 등)의 침투로 인해 자신들의 존재가 위협에 처했다는 위기감을 조성한 후 이에 대한 강한 심리적 물리적 증오를 가지게 하도록 하고 / 3. 이 증오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여 / 4. 타인종 타문화 타언어를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배척해야만 자신들을 지킬 수 있으며 / 5. 타인종 또는 타문화에 대해 분리되어 있는 상태여야만 독립적인 (경제, 문화, 언어, 종교적)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고 / 6. 이를 위해 타인종(문화 언어 등)에 대한 반격 또한 정당화할 수 있다, 이는 / 7. 타인종 또는 타문화보다 우리가 더 우월한 종 (species) 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acacia1972/452


흑인사회에서도 인지하는 분리주의?

하지만 이 백인우월주의 집단들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미국 흑인사회에서도 "분리주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부분이 이 위험한 논리를 이들이 일부 또는 전체를 수용하게 한 것일까요?


극과 극에 위치한 이 두 집단이 아마도 유일하게 동의하는 분리주의의 요소는 이렇답니다:


대중사회에서의 분리는

우리의 자급자족적인 능력을 키우고

우리만의 문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고

독립된 정체성을 공고하게 하며


다양성이 짙게 배어있는

현대 사회에 살아가며

자아 및 자기 정체성의 희석을

막을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Black_separatism


민족주의 & 개인주의와

매우 닮아있는 분리주의

지난 에피소드 말미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사람들은 울타리를 치고, 대문을 만들고, 마당을 넓히고, 예전에는 워크맨 지금은 블루투스 기기 등을 들고 다니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살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은둔, 평화와 고요를 찾아 세상을 차단하고자 하는 시도겠지요. 이들이 아마 외롭지는 않더라도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 너무 단절되어 있는 지금이 맞지요?"


미국이나 유럽의 몇 국가에서 (그리고 아프리카나 중동 등지에서) 지난 십수 년간 또는 수백 년간 진행 중인 분리주의의 폐해를 아직 한국에서는 뚜렷하게 목격하고 있지는 않으나 세계가 글로벌리즘에 자의적 그리고 타의적으로 흡수되어야 하는 지금, 한국이 타의적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상당히 자발적인 globalization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필연적인 분리주의의 가시화는 진행될 듯합니다. 다만 그 폭발력을 (만약 표면에 드러날 경우) 통제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인지가 문제겠지요.


"분리주의는 지역 갈등이나 인종 갈등, 언어 충돌, 문화 충돌, 차별 또는 이러한 요인들의 결합으로 일어날 수 있다."



분리주의의 모든 조건은 이미 설정되어 있거나 진행되어 온 듯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역 간 갈등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인종적인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없어 보이나 다문화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은 어느 선을 넘으면 매우 즉각적이고 강하며, 성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지요. 언어와 문화적인 충돌은 없으나 이보다도 더 악성인 경제적인 갈등이 사회적 문화충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역적 문화충돌이라고 봐야 할까요? 한국 내에서 타민족에 대한 민족적인 우월함을 내세우는 경우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사실을 왜곡한 경우도 상당히 많으며, 이는 건강 하지 않은 인종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우월성을 띄게 되고, 이는 타인 타국에 대한 맹독적인 자세로 변하게 됩니다.




세계가 전체주의적으로 변하고 있고 민족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분리주의라고 하는 불순한 사회철학도 전체주의 또는 민족주의에 깊이 배어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변한 세상을 두고 Donald Trump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지만 사실 그가 먼저 시작한 notion 도 아니었지요. 어차피 세계 전반에 깔려있던 잠재적인 욕구가 이를 통해 차례로 등장하기 시작했을 뿐이고 전체적인 흐름이었지요.


다들 극단적으로 변하는 세상, 이에 따르지 않고 당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순리에 복종하고 마치 히틀러의 Nazism을 자발적으로 지지한 대부분의 독일인들처럼 흐름에 따라야 할까요?


“Behold, I send you out as sheep in the midst of wolves. Therefore be wise as serpents and harmless as doves."


"내가 너희를 보내는 일이 마치 양을 늑대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으니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개인주택에 살다 보니 뱀도 자주 보는데, 얘네들 그다지 지혜롭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위 글의 문맥은 이해하시겠지요. "바보 같지만 결코 바보가 아닌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삶의 방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입니다.


May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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