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Chase Manhattan Bank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6개월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후 call center 매니저로 있으면서 inbound call 들을 받는 직원들의 고객서비스를 관리하기도 했었지요. 물론 고객서비스 (customer service) 직원일지라도 고객에게 마냥 당하거나 좋게만 말해야하는 것은 아니지요. 고객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일 경우에만 제대로 된 고객서비스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고객서비스 직원은 끝까지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응대해야함 또한 맞습니다. 욕설이나 협박이 없는 이상 고객응대는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ATM 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정상적이며 대화가 가능한 고객과의 대화시 상담사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Empathy"
"공감"
입니다. sympathy (동정) 가 아닌, 공감입니다. 고객과 같은 선상에서의 감성적 또는 지성적인 수준을 유지하라는 취지겠지요. 그저 script 을 읽듯이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이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한국에는 못된 고객들이 참 많은가봅니다. 공공기관이나 CS 센터에 전화를 하면 "인권보호..." 관련 사전 안내가 아마도 족히 1분은 가더군요. 대학졸업율이 아마도 세계 최고인 국가에서 욕설 등을 하지 말라는 안내를 실제 통화 전에 1분씩이나 수년째 들어야 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 절차를 지난 후 기다리고 기다리며 통화를 하게 되는 CSR (고객서비스직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예전같지 않더군요.
과연 못된 고객들이 정말 많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요즘엔 꽤 많이 생각을 합니다. 악순환 (vicious cycle) 의 결과일지 모르나, 고객서비스 직원들의 태도도 상당히 문제가 많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경험 1: 이마트 트레이더스 (지난 주)
오전 10시라 계산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인계산대 10대 중 하나에서 과일박스 2개 계산을 하던 중 가까운 위치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젊은 여직원이 "카트를 줄에 맞춰 내 주세요" 라는 말을 아주 짧게 끊듯이 하더군요. 제 뒤로 돌아보니 전과는 달리 셀프계산대 옆으로 노란 줄로 새로 마련된 '카트를 위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제 카트는 그 노란 색 줄로 된 박스 안에 70% 이상 이미 들어와 있었기에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그 직원이 빠른 발로 와서는 제가 쓰던 카트를 신경질적으로 끌어서 그 선 안에 아주 딱 맞게 놓더군요 - 그녀의 얼굴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서 있던 자리로 가는 그 직원. 여전히 주변에는 다른 고객은 한 명도 없었고, 제 카트가 어느 정도 제대로 놓아져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참 기분이 나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가만히 나갈 제가 아니지요 - 수많은 경험을 통해 미국 내 일부 인종차별적인 직원들에게도 예외없이 한 판 크게 벌이고 틀린 것은 바로잡아왔던 풀어왔던 제가 한국이라고 이를 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공평하게 행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내 카트가 보기에 그렇게 방해가 되었나요?
-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 어떻게 내 카트가 내 안전을 위협했지요?
- ...
- 자세히 설명을 해 보세요.
- ...
- 그리고 그 표정은 무엇이었나요?
- 무슨 말씀인지...?
- 잘 알 겁니다.
- ...
- 고객서비스 훈련은 받았지요?
- ...
- 아마 이마트 교육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 ...
경험 2: IKEA 기흥 (어제)
여기서도 셀프 계산대입니다. 도둑이 한국에 그렇게 많은지... 이마트 트레이더스처럼 가까이 서 있지는 않지만 셀프계산대 출구 넘어 10m 멀리 한 명의 남자직원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보안관처럼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이쪽을 응시하며 서 있습니다. 계산을 하던 중 신용카드가 아닌 기프트카드로 계산을 하려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하는데 잘 안 되더군요. 약 1분간 낑낑거리며 시도를 계속 하는데 그 '보안관'직원이 모노톤으로 제가 지난 1분간 한 절차를 제게 말해주더군요 "아까 왼쪽 버튼을 누른 다음 상단의 버튼을 눌렀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가지고 있는 기프트카드부터 입력한 후...." 이런 식으로 1분간 설명을 하더군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그 자세로.
그 직원은 감시를 한 것이겠지요.
과연 이 태도와 더불어, 제 움직임 하나하나를 기억해내며 말하는 의도가 매우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기계처럼 말했기에 그가 가진 감정이 그가 읊어낸 말에 이입은 되지 않았지만, 이런 CS 를 받을 바에야 기계가 차라리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또는 기계가 더 좋겠다
저는 MBTI 분석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방식으로 사람을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다양성의 정도가 성향분석도구, 예를 들면 MBTI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16가지의 성향으로 꽤나 파악하는 것이 어리석게 보일 만큼이나 광범위한 지금입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이 다양한 '고객'들을 대함에 있어 점점 더 비우호적으로 변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요. 인권침해 등 각종 법령을 내세우며 정상범위에서 벗어난 고객들을 관리하려고 한 지도 꽤 됩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 보는 CSR 들의 정상적이 아닌 다양성은 어떤 해결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꽤 비중있는 사회적 이유에 대해 비뚤어진 운동장이니 하며 불공평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지금이지만, 시소가 기울어진 것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 큰 운동장이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공공장소에서도 개인적인 사물과 공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인식하는 사회적 기능과 법 또는 상호간 이해가 점점 더 무시되는 세상입니다.
이렇기에 기계와 말하고 기계와 소통하는 세상이 좀 더 빨리 왔으면 합니다. 감정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계 또는 AI 에 대한 '희망'이 더 높아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