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또는 30대를 늦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살지 않았기에 모르지만 당시 친척들 중 그 나이에 속한 삼촌들이 많았고 동네 주변에도 그 시대를 그 연령대에 속해 살던 (당시 10살이 조금 넘었던 제가 보기엔) 큰형 같고 큰누나 같던 분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러닝셔츠'를 입고 동네 구멍가게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고, 대학생들이지만 교련복이나 군복 같은 것을 입고 다녔고, 아이들 놀이터 한쪽에서 아령이나 기타 운동기구를 가지고 운동을 하던 그들의 모습이 간혹 떠오릅니다.
이미 60대 또는 70대가 된 그분들의 당시 생활상을 들어보면 참 혹독했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경제적으로 또한 힘겨운 날들이었다더군요. 지금의 '헬조선'은 사실 당시에 비하면 충분히 견딜만한 상황이고, 지금처럼 기회가 많은 시대가 어디 있냐고 하십니다.
그 당시에는, 즉, "라테에는" 그대로 20대와 30대들의 마음속에 젊음이 있었고, 꿈이 있었으며,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고 합니다. 꿋꿋함이 있었고, 심훈의 "상록수"의 주인공들처럼 큰 뜻을 나름대로 가지고 살던 시절이었다는군요. 물론 과거 자신의 시대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기에 과장된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렇게 저렇게 봐도 당시 젊은이들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바르지 않으면 많은 대학교에서 시위도 하고 (물론 불순분자들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한 모든 행동들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세대를 믿는 근거는 최소한 단 하나:
그들 안에는
지성이 존재했음을
뚜렷히 듣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는 대중문화에도 그들의 순수한 젊음과 사랑, 그리고 도전하는 의식이 느껴집니다. 멀고 먼 그 당시 옛날, "이상의 날개"라는 가요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junior high school을 다니던 시절, 한국이 그리운 때가 있었기에 한국가요를 자주 접했는데, 이 노래가 당시 꽤 마음에 닿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986년 곡이라더군요.
젊은 영혼이 살아있던 시절이었던 듯합니다. 한국의 baby boomer 세대 중 마지막을 차지한 분들이었지요. 지금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는 세대이며, 지금의 세상에 대해 많은 탄식과 걱정을 하고 있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당시 문화는 살아있었고, 로맨스도 있었으며, 도전이 있었고, 그리고 지성이 온전히 그리고 굳건히 서 있던 시절이었을 듯합니다. 열 살 아이의 눈에도 그렇게 느껴졌으니, 그 당시 젊은이들이 표출하던 긍정적인 에너지는 부인할 수 없겠지요.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그 여자가 사는 동네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20대가 있습니다. 정신적인 이유 (판단해야 할 일이나 마치 미국에서의 insanity defense 같군요)로 사람을 차로 치고 칼로 찌르는 20대, 집단강간을 하는 20대, 또래를 성적인 폭력으로 내 몬 고등학교 집단들, 선생에게 손지검을 하는 초등생들, 핼조선이라고 하며 극좌 극우로 어설픈 정치성향을 보이는 설익은 과일 같은 20대와 30대들이 많습니다. 고전문학이나 음악엔 관심도 없고, 당연히 알아야 할 문학과 음악 거장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엔니오 모리꼬네 등 - 에 대한 지식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세대입니다.
이들의 나이, 십 대, 이십 대와 같은 꿈같은 나이에 이렇게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젊은이들 사이엔 낭만도, 꿈도, 도전도, 희생도, 지구력도 없습니다. 느끼지도 못하겠으며 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cafe 에서 공부를 한답시고 앉아있는 애들에게도 80년대의 그 순수한 열정은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목표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고, 삶의 이정표가 어긋난 젊은이들이 이제는 다수가 되었습니다. 20대 30대 직장인들을 봐도 잔머리만 돌릴 줄 알 뿐, 세계 여러 국가 20대 및 30대 노동인구 중 한국이 생산성에 있어 중하위권에 속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헬조선이라고 하며 국가를 원망해야 할까요? 칼부림을 하고, 폐인처럼 살아가야 할지?
젊음이라는 노트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할 줄 하는 능력과 의지만은 그들에게 남아있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 빈 공간이 있을 때 좋은 것으로 채워놓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