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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ver Me Timbers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by Rumi



토마스 웨이츠 (1949년생) 이란 가수가 있습니다. 노래뿐만이 아닌 배우이기도 하지요. 그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잘 나온 사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외모는 전혀 어필링하지 않습니다만, 그의 노래와 가사는 아픈 추억의 상처가 종종 떠오를 때 느끼는 아픔처럼 마음을 찌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노래들은 사회의 밑바닥이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회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며, 깊고 중후하며 거칠게 들리는 목소리로 그 메시지가 듣는 이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요.



그의 노래들 중 1974년에 소개된 "Shiver Me Timbers"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유명하지는 않은 노래였지요. 노래의 theme 이 사랑이니 이별이니 따위가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가사를 듣게 되면 쉽지 않은 노래임을 알게 됩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shiver라는 단어는 '떨다'라는 의미로, 극한의 공포를 느낄 때, 아주 지독한 추위를 느낄 때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작은 조각이나 파편으로 부서지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 노래에서 shiver의 의미가 바로 이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timber라는 단어는 '목재'의 의미로, 어느 경우에는 오래된 범선의 나무 지지대 또는 배 이곳저곳에 쓰인 목재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직역을 하면 '목재야, 나를 떨게 해 줘'가 되지만 제대로 된 의미는


"어디 할 때까지 해 봐라, 거친 바다야"


가 되겠지요. 즉 큰 파도나 포탄이 배에 부딪혀 선체가 떨리거나 산산조각이 나는 충격을 암시한다고 봐야겠지요. 바다에서 생을 영위하는 뱃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표현으로, 심지어는 만화 캐릭터인 뽀빠이가 흔히 하는 말이 이것이었다고 합니다.


강한 뱃사람이나 용맹한 해군들이 잘 쓰는 말입니다.



가사는 이렇게 갑니다:


I'm leaving my family, I'm leaving all my friends. My body's at home, but my heart's in the wind where the clouds are like headlines on a new front-page sky. My tears are salt water, and the moon's full and high.


And I know Martin Eden's gonna be proud of me now, and many before me, who've been called by the sea, to be up in the crow's nest, and singing my say, "Shiver me timbers!" cause I'm a-sailing away.


And the fog's lifting, and the sand's shifting, and I'm drifting on out. Old Captain Ahab, he ain't got nothing on me now. So swallow me, don't follow me, I'm traveling alone. Blue water's my daughter, and I'm gonna skip like a stone.


I'm leaving my family, I'm leaving all my friends. Shiver me timbers, cause I'm a-sailing away.




이제 shiver me timbers의 의미는 아시겠지만, 중간에 나오는 Martin Eden과 Captain Ahab이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Martin Eden 은 미국의 고전작품들 중 하나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Jack London이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Martin Eden이라는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로, 이 사람은 노동 계급 출신의 선원이지요. 나이가 들어 Lizzie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지요. 이 여인의 가족은 부르주아 계급으로, Eden 은 Lizze와 그녀의 가족을 만나면서 이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만 왠지 영감을 받게 됩니다. 점차 자신의 욕심을 위해 살아가지만 점점 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동 계급적 배경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동시에 Lizzie의 손길에도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Eden 은 자신의 교육 및 지적 수준이 자신이 동경하던 부르주아 계급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어느 때보다 고립감을 느끼게 되지요. 이후 점차 자기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Captain Ahab 은 모비딕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로, 지나친 욕심에 의해 Martin Eden과 같은 자기 파멸의 길에 다다르는 캐릭터지요. 이 소설은 너무 유명한지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봅니다.


어쨌거나 이 노래에서 언급된 Martin Eden - 결국 자살을 택하는 - 그리고 Captain Ahab의 경우는 자살은 아니지만 죽음을 향해 무모하게 다가간 상황 - 을 보면 이 노래는 아마도 '자살'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절대 아니지요. 이 두 캐릭터를 하나로 묶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무언가를 위해 광적으로 노력하다가 스스로를 파멸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노래가 그려내고 있는 인물 항상 한 발은 문 밖으로 내딛고 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어느 한 곳이나 어느 한 사람에 정착할 수 없는, 그런 태생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지요. 인간관계를 쌓을 만큼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며, 이는 그에게 또 다른 이동의 이유를 제공하는 악순환입니다 ("아무도 나를 몰라/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일 때 (또는 바다에 있을 때)가 그가 익숙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구름은/새로운 1면 하늘의 헤드라인 같다"-조간신문처럼 읽을 수 있다)."눈물은 소금물이다"-그가 쌓은 감정적 연결은 결국 바다의 물질로 환원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래도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파도야 나를 쳐 봐라, 암초야, 어디 해 봐라 -라고 말하며 앞으로 항해를 해 나아가지요. 그렇다고 이 노래를 두고 '끝없이 도전하는 남자의 일생'등의 이상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뱃사람의 또는 해군의 마음을 그려낸 것이라고 노랫말 그대로 이해하면 편할 듯합니다. Billy Joel 의 Downeaster Alexa 처럼 말이지요.




이 노래가 The Last Ship 이란 series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S04E04의 마지막으로, 전역한 후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Tom Chandler 함장의 운명이 그를 다시 Navy로 이끌었는지는 몰라도, 다시 그가 그의 삶으로 여겼던 Nathan James 호로 돌아오는 장면을 담아냈습니다. 이 장면이 흐르며 Tom Waits의 Shiver Me Timber 가 흘러나옵니다.


멋집니다.


https://youtu.be/K-GQkaEEMYs



- August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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