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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Mac 포장박스처럼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Wisconsin 주에 살고 있는 68세의 어느 남자가 기네스북에 작년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가 지난 50년간 25,000개의 Big Mac을 먹었기 때문이라는군요. 그의 기록은 그가 지난 50년간 모아둔 24,999개 + 1개의 빅맥 컨테이너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Big Mac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기사를 작년에 읽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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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50년 전부터 계획이 있어서 햄버거 포장박스를 보관해오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그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이 햄버거를 25,000개나 즐겨왔다는 사실 하나로 확실한 점 하나는 이 남자는 진심으로 이 Big Mac을 좋아한다는 것이겠지요.


누군가 또는 어떤 것, 아니면 어느 장소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어떤 것들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여행지 souvenir 가 그래서 존재하고 유품이 소중하게 간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아 둔 사진, 영수증, 냅킨 등의 소도구들은 사실 보관하기가 (처음에는 꽤나 로맨틱하게 느껴지지만) 어려워짐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어제 이렇게 모아두었던 네 사람의 souvenir 들을 버렸습니다. 그다지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 사람들이었기에 그 추억이 달콤하지많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Dr. Hannibal Lecter 같은 느낌도 사뭇 들기에 모두 버렸습니다. 멋지게 벽난로나 모닥불에 태우지는 않았고, 그냥 garbage bag에 넣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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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사랑의 souvenir 만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순수했던 시절의 가장 온전했던 마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사람과의 끝도 쓰리거나 아프지 않았음은, 우리는 사실 끝을 맺지 않은 상태로, 아주 가까운 상태였지만, 갑자기 큰 가위로 잘려버린 끈처럼 마무리가 된 관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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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버릴지도 모르나 그래도 이 사람의 추억만은 홀로 나이가 들어 황혼의 끝자락에 서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순간까지 간직하고 싶습니다. 순수했던 시절의 온전한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 아마 제 안의 Dr. Hannibal Lecter 도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 August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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