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래지요. 사랑노래라는 것은 느껴지지만 유치하지 않고, 점잖고 무거우며 심지어는 성스럽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콧바람과 함께 가창력 없는 목구멍으로 하찮은 연애질에 대해 노래라는 것을 부르는 요즘의 류들과 같이 "대중가요"라는 category 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 정도입니다.
이 노래 "꽃밭에서"는 1975년에 이미 쓰여졌지만,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가수는 단 한 명 뿐이라는 작곡가 이봉조 님의 변하지 않은 신념으로 가수 정훈희 님에 의해 1982년에 세상에 나온 노래입니다. 이를 많은 가수들이 revive 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수 조관우 님의 version 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원곡보다 더 듣기 좋은 version 이 쉽지 않은데, 이 곡은 그렇더군요. 하지만 원곡과 다를 뿐, 감동은 같습니다. 마치 1980년대 메텔과 2000년대 메텔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에일리, 소향 등 vocal 이 상당한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지만, 이 노래를 부르게 되면 꼭 조관우 님의 version 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이 노래의 가사의 의미과 음율, 그의 목소리와 마음이 하나로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반주 또한 매우 적절합니다. Synthesizer 란 가짜 음악 제조기가 낼 수 있는 수백개의 quasi-악기음들 중 이 노래와 이 가수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도입했군요. 청명한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가사는 단순하지만 진실합니다. 꾸밈이 없습니다. 사랑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가식이 없는,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속마음으로 나에게 말하는, 독백이지만 그 울림이 매우 강합니다 - 왜일까요? Genuine 한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요.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는 한 사람의 마음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지만, 요즘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 노래가사의 배경 또한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가사는 세종 26년 진사로 출사하여 세조 12년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최한경(崔漢卿)이라는 분의 저서 반중일기 (泮中日記)에 실린 시 화원 <花園> 에서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이 분이 어린시절부터 마음에 간직했던 한 여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이 성균관 유생시절 지었다는 시가 있었는데, 어린시절부터 결혼할 대상으로 양측 부친끼리 혼삿말이 오고 가기도 했던 그 여인을 생각하며 쓴 것이라고 하는군요. 마음속에 간직한 고향의 그 한 여인을 생각하며 지은 시가 바로 이 노래랍니다:
坐中花園 瞻彼夭葉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 云何來矣
몹시도 고운 빛
어디에서 왔을까?
灼灼其花 何彼艶矣
울긋불긋한 꽃이여
어떻게 그리도 농염할까
斯于吉日 吉日于斯
이렇게 좋은 날
좋은 날인 이때
君子之來 云何之樂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臥彼東山 望其天
동산에 누워 하늘을 보네
明兮靑兮 云何來矣
밝디 푸른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維靑盈昊 何彼藍矣
푸른 창공이여
어떻게 그렇게 풀어놓은 쪽빛일까
吉日于斯 吉日于斯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美人之歸 云何之喜
고운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기쁠까
아래는 조관우 님의 remake version 입니다. 영상은 제가 붙여보았구요. 그 아래는 예전에, 아주 예전에, 조관우 님의 다른 노래가 삽입된 Olympus camera 광고랍니다. 전지현씨가 등장한 광고인데 저는 어제야 처음 보았습니다. 한국도 1990년대 중/후반까지는 괜찮았나봅니다 - 한국스러움이 그래도 온전했던 듯 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