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생, 그리고 나의 한 사랑 (1)"
"가보지 못한 Nyack 의 추억들"에 딸린 소소한 기억들
"안녕하세요, 체이스 맨하탄 은행 최지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제가 찾아준 직장에서 그녀가 어떻게 일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내던 그녀의 상사인 Dottie 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엔 지혜와 Dottie 에게 부담이 될 듯 하고, 그렇다고 맨하탄 남쪽에서 저 멀리 Long Island 에 있는 International Banking Center 에 찾아가자니 제 일정이 너무나 부담이 되던 중, 은행의 외국 고객으로 가장하여 전화를 해 보자 - 라는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요.
"미국계좌에 잔고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 계좌번호 부탁드립니다. 지금 현재 미국에 계신가요?"
이렇게 시작한 저의 가짜고객 행세는 전화가 끝날 때까지 지혜가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제가 이미 수 년 전에 같은 부서의 직원들을 가르칠 때 던졌었던 어려운 질문들도 지혜에게 던졌지만, 아주 수월하게 잘 처리한 그녀였습니다. 매우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서 제 정체를 밝히고 아주 크게 웃어주었습니다.
"Oppa! I can't believe you fooled me through! Gosh, I must be really gullible!"
그녀의 목소리 뒤로는 Dottie 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제가 장난전화를 한 것이라 이미 눈치를 챈 듯 했습니다. 지혜로부터 Dottie 가 전화를 받아 들었습니다.
"Hi, Dottie, I am sorry that I have caused a scene there. I just wanted to see how she is doing."
"Hi, Jay, it's been a while! Yes, she is doing just fine, and everyone here knows that you are taking good care of Agnes here, too. Can't you make your love toward her a bit less obvious next time? I am getting jealous, you know?" 라고 하며 Dottie 도 크게 웃었습니다.
지혜는 저보다 5살이 적은 재미교포 2세로, 영어이름은 Agnes (아그네스) 였습니다. 1992년부터, 그 때 제가 20살이었군요 ... 15살의 그녀를 주일학교에서 2년동안 가르쳤었지요. 여느 교포 2세 가정이 그렇듯, 그녀 또한 정체성의 문제, 가정에서의 의사소통 및 이질적인 문화와의 충돌 등으로 어려운 10대를 지냈고, 뉴욕에서 제일 좋은 사립고등학교를 다닐 정도로 우수한 인재였지만, 그녀의 삶에 있어 방해요건이 너무나 많았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주변에 있었고, 그나마 그녀에게 어울리는 직장을 잡아주었기에 무척이나 다행이었지요.
당시 저는 27살로 본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지혜는 대학을 이미 졸업한 지 두 해 정도 지난 때였습니다. 지혜의 직장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려워지자, 제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아일랜드 계 Dottie 에게 부탁하여 체이스 맨하탄 은행의 지역본부 내 International Banking Center 에서 신입사원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지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는 최적이라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녀 또한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기대에 잘 부합해 주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1999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기억됩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