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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Linton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제가 미국시민권을 받은 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사실 한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의미와 미국국적을 취득한다는 일은 꽤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가 영원히 거주하고 살기 위해 온 국가에 속하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지요.


초청이민으로 미국에 간 것이기에 뉴욕에서 큰아버지가 70년대에 신청한 초청이민서류에 성 (last name) 을 Jin 이 아닌 Chin 으로 기입한 까닭에 80년대 초반 미국으로 간 후 10여년간을 "진"이 아닌 "친"으로 살았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며 이게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시민권 신청서를 적으면서 더 이상 Chin 이 아닌 Jin 으로 기입하는 순간만은 지금도 기억에 납니다.




지금 만약 미국에서 저를 아는 누군가가 공석에서 "Mr. Chin. 난 당씬이 아직또 우뤼와 가튼 어너를 쓰고 이따고 쌩각하쥐 아나요." 라고 했다면 그를 두고 큰 소리로


"인종차별자"

"예의없는 사람"

"구시대 사대주의적인 사람"


이라고 했을 것임이 당연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인 미국에서 제는 미국인이며, 영어는 어려움이라고 느껴 본 적이 십대 이후 없는 사람에게 제가 듣기 좋아하지 않는 옛 성을 끄집어내고,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사람에게 그것도 미국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당연한데 한국어로 - 그것도 부족한 한국어로 - 제게 말을 하는 자체가, 바보가 아니라면 화를 낼 상황이니까요.




저는 법적으로 미국인이지만 Mr. Linton 은 이중국적자이기에 영어로 말할 수 있으나, 여기는 한국이고 그 분도 한국국적자이시니 저는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좌, 우 살피지 마시고, 그리고 부디 정치적 고려는 하지 마시고, 마음에 품고계신 민주주의를 알려보세요. 진실이라면 한국국민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수고하시구요." (꾸벅)



- November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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