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생, 그리고 나의 한 사랑 (3)"
"가보지 못한 Nyack 의 추억들"에 딸린 소소한 기억들
이렇게 주일학교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지내던 우리도,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지혜는 직장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아니, 제 생각엔 그녀가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지요). 저는 일이 점점 더 바빠지는 삶을 살게 되었기에, 지혜에 대해 신경을 잘 쓰지 못했지요. 그래서 그랬는지,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며 조금씩 멀어지지기 시작했고,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가 지혜에겐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할게 되었습니다.
뉴욕에는 크고 작은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데, 90년대에는 맨해튼에 그리고 Queens 지역 내 Flushing 이라는 타운에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한인타운에 자주 갈 일이 없던 저는 그 날 고객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그 곳에 있는 한식집에 오래간만에 가게 되었지요. 만나기로 했던 고객과 같이 들어가서 음식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고, 서빙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습니다. 고객과 대화를 하느라 그 서빙직원을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주문을 받지 않고 조용히 서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아마도 5초 정도가 지난 후가 아닌가 합니다. 어색한 느낌에 테이블 왼쪽에 서 있던 서빙직원을 보게 되었는데, 지혜였습니다.
그 저녁식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가능한 한 빨리 하지만 모임의 목적은 달성하고 마무리지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고객을 떠나보낸 후, 저는 다시 한식집으로 들어가서 그녀를 찾아보았습니다. 카운터 직원에게 지혜를 불러달라고 했고, 지혜는 조금 후에 저 쪽 코너에서 천천히 걸어나왔습니다:
"Oppa, you look nice. It is so good to see you again."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는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Agnes. Why are you here? I thought you were... "
제 실망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실수처럼 말해버린 제 질문... 하지만 알고 싶었습니다. 왜 이런 곳에 그녀가 있어야만 하는지 알고 싶었지요.
"I can't tell you now, oppa. Can I talk to you later? How about if I call you tomorrow morning if you are not too busy?"
저는 다음 날 오전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대신 그녀가 일을 마치는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바로 앞에 교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있어서 거기서 지혜를 기다리기로 하고 길 건너편에 있는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