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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an 27. 2024

내 고객사 이야기 (3)

어딘가 잘못 끼워져 있는 한국회사들


"세 번째 이야기" 


한국에 다시 들어오자마자 한 일이 사무실 이전이었습니다. 지금 쓰는 사무실 계약이 만기가 가깝고, 고객사들 중 삼성이 있기에 그들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함은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어쩌면 이번 이야기는 삼성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삼성본사 근처에 사무실을 찾는 과정에서 경험한, 단 20분간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 괘 좋은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3년째 입주자를 찾지 못한 10층짜리 지식센터 8층에 위치한 사무실이었고, 임대료도 이를 반영하여 매우 낮았지요. 그 주변 많은 사무실들이 공실이었는데, 삼성에 가까운 점을 보고 무리하게 매수한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실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삼성의 협력사들이 삼성에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이었지요.


임대인 정보를 보니 1995년생 여자였습니다. 29살이었지요. 주소는 강남. 아마도 아버지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받게 된 사전유산의 성격에 가까운 것이었겠지요. 어쨌거나 계약은 이루어졌고, 임대인과 그녀의 아버지가 부동산사무실에 들어온 후 20여 분간 나눈 대화 속에서 "아직도 이런 류의 대화가 가능하구나"라는 한숨 섞인 생각이 머리를 그 하루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의 아버지 (60대 초반) 와의 불쾌한 대화 #1

60대: 성함이 특이하시네요?

Me: 네, 재미교포라서 한국어로 바꾸니 그렇습니다.

60대: 그렇더라도 너무 이상해요.

Me:...

60대: 왜 영문으로 안 썼지? (법무부를 두고 하는 말)


임대인의 아버지 (60대 초반) 와의 불쾌한 대화 #2

60대: 1월 00 생이시네요?

Me: 네.

60대: 제가 사주를 잘 봐요. 전문 수준입니다.

Me: 저는 그쪽은 안 봅니다. 하하.

60대: (폰을 뒤적이더니) 아, 올해 하반기엔 어려운 일이 있으시네요.

Me:... (애써 표정관리)

60대: 2년 후엔 큰 재물복이 있습니다! 하하.

Me:... 아, 네.


임대인의 아버지 (60대 초반) 와의 불쾌한 대화 #3

60대: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

Me: 네. 기업교육입니디. 삼성이 주 고객이고요.

60대: 아! OOOO (예전의 미래기획실)에 송 OO 가 내 친군데!

Me: 저는 그쪽은 관리하지 않아서요.

60대: 아, 그 부서는 상단이라 아마도...

Me:... (속으로 "이거 미친놈이 맞구나...")


행여 위 세 세트의 대화 속에서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다면 그대도 문제아(녀) 일 듯합니다.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들이야말로 정신 못 차리는 사람으로 인식하는데, 상대의 의견도 물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사람이라니. 타인의 이름에 대해 지나치게 언급을 하는 것이나, 하찮은 인력자랑이나 하는 졸부였음을.


그의 딸은... 30세에 가까운 나이에 목덜미에 문신을 하고, 단 5초를 몸을 뒤틀지 않고는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는 사람이더군요.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반말을, 전화가 온 어머니와는 shouting 대화, 그리고 저와의 대화에서는 눈을 맞추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여자를 보고 있자니 고객사 여러 곳에서 일하는 동년급의 수많은 여자애들이 눈앞을 지나가더군요. 평소에는 이들에 대해 "언제 클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1995년생 사무실 주인을 보고 있자니 그녀들은 이미 성숙한 것이나 다름이 없더군요.


그래도 pretentious 리그에서 활동 중이니, 불쾌한 20분간의 체면치레는 잘 마무리하고 그들을 먼저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한국차 Mercedes를 타고 갔고 (S Class) 딸은 국적불명의 Genesis SUV를 타고 가더군요.


계약서는 임차인이 조금 더 유리한 조건들이 특약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부동산의 배려(?)였겠지요. 이 부동산 대표는 여자분인데 전문가더군요. 이에 위안을 받고 인사를 한 후 (90도 각도는 아닙니다만) 저도 자리를 떴습니다.


삼성에 일하는 누구를 안다, 검사 누구가 친구다... 이제는 클리쉐가 되어야 할 추태 아닐까요?


- January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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