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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Feb 01. 2024

내 고객사 이야기 (5)

어딘가 잘못 끼워져 있는 한국회사들


누군가의 소개를 받고 연락을 해 온 어느 회사가 있었습니다.  1일과정 문의였고, 첫 이메일, 첫 유선통화, 준비과정, 행정적 자료안내 등이 아주 깔끔했지요. 선임이란 직책을 가진 이 20대 후반의 여직원은 그 회사에는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업무처리와 매너가 탁월했습니다.


과정을 진행하는 중에서도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외모도 성실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만큼이나 잘 준비한 과정도 결국 잘 마무리되었지요. 비가오던 날이라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저를 위해 바짝 서서 우산을 씌워주었고, 가벼운 사적인 대화도 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걷다가 제게 간혹 살짝 기대어 웃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과정종료 후 즐거운 작별을 하고 돌아온 일주일 후, 약속했던 자금집행일이 5일 지나고 있었습니다. 워낙 일처리를 잘 한 사람이라 일주일은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입금은 되지 않았다는 회계사의 이메일.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받지 않더군요. 이메일도 두 번 보냈으나 읽지도 않은 상태로 2일이 더 지났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연락이 닿은 이 사람, 추가서류가 필요하다더군요. 이렇게 해서 불쾌한 이틀이 지나는 과정에서 그녀는 왠지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 태도, 반면 저는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결국 어제 입금처리가 되었습니다.


어제 입금처리되기 전, 그녀는 이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30분 후에는 전화가 오더군요. 그녀는 비슷한 내용으로 사과를 하면서 조금씩 울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흐느끼기까지 시작한 이 사람, 어떻게 할 지 난감하더군요.


아직까지는 어떤 경우에서도

여자를 울게 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매우 난감했습니다.


어떤 의미의 울음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저렇게 마무리는 되었고, 아직도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의 그녀를 전화 너머로 인사를 한 후 통화는 마무리되었지요.


그 울음은

그녀의 정의로운 

양심이 살아있는

업무적 열성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이 일을 겪게 되어

억울해서였는지


회사가 지불을 연기하는데 있어 습관적이라 제게 약속은 해 놓고 가운데서 어쩔 줄 몰라 이렇게까지 된 것인지?


아직까지 이해하기는 어렵군요. 하지만 이 직원,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왠지 이 사람, 앞으로 잘 될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February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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