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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y 07. 2024

아날로그 (Analog: 2023)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Note: 아래 영화평론은 어느 정도의 spoiler를 포함함을 알려드립니다.)


"목요일..."

"오늘..."

"오늘이 목요일이지요?"


"네!"

"오늘부터 앞으로도 계속!"





일본영화 (드라마)의 순수함 & 독창성

일본 드라마 또는 영화는 순수함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나라 일본의 대중문화 및 유흥문화의 극단적인 면을 보면 타락과 변태적인 수준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고, 마치 고려 말기 요승이라고 불린 신돈을 저 아래에 두고 상대가 되지 않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들의 극단적인 변태성의 반대쪽을 보면 그 어느 나라의 문화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순수함과 독창성 및 창의성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사그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일본 드라마 또는 영화들 중 선별된 작품들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포함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 "아날로그 (2023)"도 my kind of movie입니다. 신파적인 이야기로, 마음이 저리거나 눈물 한 두 방울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이미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마음속이 아파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경험하게 되지요. 이렇게 예외 없이 아무리 대비해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영화들이 몇 편 있지요 - 한국에서는 마치 김기덕 감독의 1964년작 [남과 북]이 떠오르고, 1999년 영화인 [연풍연가]가 생각이 납니다. 물론 8월의 크리스마스도 여기에 속합니다. 이 영화들에 삽입된 soundtrack 도 감성을 극적으로 몰아넣는 데 큰 역할을 하지요.



일본사람들의 로맨스란?

일본사람들의 로맨스에 대한 '정의'는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현실에서의 그들이 하는 사랑방법 및 연애방식 등은 당연히 변했겠지만 (변했을까요?), idealism 만은 유행과 타협하지 않은 듯하지요. 2000년 미니시리즈 작품인 "야마토 나데시코"와 이 영화 "Analog (2023)"를 비교하면 그렇게 보입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드라나 또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함은 당연한데, 25년 가까이 되는 시간 속에서 사랑에 대한 관점이 그리 변하지 않음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아니,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상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일본의 일반적인 문화 (대화 시 목소리의 정도, 제스처, 인사법, 예절, 식사법, 소통방식, 심지어는 도시계획 또는 마케팅 방법까지도)때, 이들이 전통을 지키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거나 혹은 최소한 그렇게라도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최소한 20년 또는 30년의 시간을 다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저 주인공 남자가 전통 또는 아날로그 방식을 추구하는 캐릭터라 이런 제목을 붙여놓은 것이 아닌, 삶의 전반적인 모든 면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과거로 회귀하고픈 꿈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만약 감독 및 작가의 의도가 그랬다면 최소한 제게는 이 영화는 성공한 작품이 되겠지요.




"Analog (2023)"

자 이제 영화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이 영화는 로맨스영화임에도 nudity 도 한 컷 없는 아주 순수한 작품입니다. Kiss 조차 없지요.


아마도 삼십대 중반에 접어든 미즈시마 사토루는 수공예품과 손글씨 작품 등 손으로 직접 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 전통적인 것을 선호하는 건축 디자이너입니다. 음식도 직접 해 먹는 남자입니다.


어느 날 그는 그가 디자인한 피아노라는 카페에서 미유키 미하루를 우연히 만나게 되지요. 삼십 대 초반일 듯 한 이 여성 - 전통적인 것,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것 같은 그녀에게 미즈시마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강한 매력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점심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지요. 이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기쁘게 받아들인 미유키 - 헤어지면서 그는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휴대폰이란 걸 아예 소유하고 있지 않은 여자입니다.


"다시 뵐 수 있을까요?"

"네!"

"전화번호가...?"

"저 전화 없어요."

"아! 그럼..."

"매우 목요일 피아노에서 만나는 걸로 하지요. 바쁘면 못 오는 것으로 하고..."

"서로가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지요?"

"네, 마음이 통하는 목요일만나는걸로 해요."



이렇게 둘은 매주 목요일마다 피아노라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이후 미즈시마 사토루와 미유키 미하루는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고 둘의 관계는 로맨틱하게 발전하게 되지요.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조심스러운 연애를 하던 이 두 사람, 사토루는 프로포즈를 하기로 결심하지만, 프로포즈하기로 한 날 미유키는 카페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유키는 왜 자취를 감추었으며,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 두 사람의 만남, 그리고 관계의 발전, 그리고 반전과 클라이맥스와 결말은 사진들로 대신해 봅니다 (글의 맨 하단에 '멋진 장면들 몇 장'을 올립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하지만 이 좋은 영화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타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still cut 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영화를 본 후 느낌

이 영화는 삼십 대의 나이에 접어든 안정적인 감성과 감정, 그리고 이성을 가진 두 남녀의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랍니다. Plot twist에서도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으며, 모자라거나 넘치는 연기 또한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end credits 은 상당히 중요함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검은색 또는 흰색 등의 스크린 위로 출연배우와 배역들, 그리고 제작진의 이름들을 보면서 다시 되새겨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의 end credits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두 사람의 어색한 첫 만남,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 그리고 영화의 2/3 지점쯤부터 반전이 시작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등 영화의 속도감 (빠르건 느리건 간에) 이 훌륭합니다. 덕분에 관객은 (추측은 할 수 있지만) 퍼즐이 풀리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잠시 불확실해지지요. 하지만 그 후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15분까지도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cinematogrpahy 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많은 장면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구도가 잘 잡혀 있지요. 아마도 실제 모습도 아름다울듯한 배경에 더해 instrumental로 이루어진 soundtrack과 함께 영화 전체가 2001년작 냉정과 열정 사이 (冷静と情熱のあいだ, れいせいとじょうねつのあいだ / Calmi Cuori Appassionati) 만큼이나 예술적입니다. 하지만 가식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요.


2001년작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는 큰 틀에서 남자의 관점, 그리고 여자의 관점으로 나누어 소개된 두 권의 원작 소설이었는데, 이 영화 "Analog (2023)" 도 이런 방식이 일부 도입되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미유키의 시선으로 본 이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이후 이야기들을 미유키의 일기장을 통해 접하게 되지요. 이 부분을 보고 있으면 상대방 (누구이건 간에)을 이해한다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 못한 말들, 생각의 교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판단실수와 아픔과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잘 그려낸 듯합니다.


4월 2일, 일본으로 돌아온 후 6번의 봄이 지났고, 매일이 의미 없게 지나간다.


4월 8일, 히루에 있는 피아노란 카페에 계속 가게 된다. 이 가게에서는 내가 평안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네.


4월 15일, 커피샵을 디자인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람은 내가 가지고 다니는 엄마의 가방에 큰 관심을 보였지. 내심 기뻤다.


그 남자, 어느 날 가게 안을 몰래 들여다보더니 금세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와 상의가 물에 젖은 채로 내 앞에 나타났지.


그와 함께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전 독일에 있었을 때 내 습관들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오랫동안 홀로 지내던 나에게 이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난 비로소 밝고 따뜻한 곳에 있게 된 것일까? 이 사람이 날 이런 곳으로 이끌어 온 듯하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그와 만나게 될 목요일이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미하일은 생각보다 깊이 내 마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콘서트 장에서 보게 된 사토루의 슬픈 모습은 내 마음을 찢어놓았고, 며칠 후 그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피아노로 갔지만 (그의 친구가 와서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그 몰래 전해주었다).


그는 언제나 밝은 모습이었는데,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도 난 몰랐지만, 그제야 그의 깊은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고, 바로 그에게 달려가서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날 해변가에서 그가 한 말을 모두 빠짐없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에게 함께 살고 싶다는 말로 화답했다. 비록 속삭임이었기에 그는 듣지 못했지만... 그렇게 난 6년 만에 바이올린을 꺼냈고, 그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아래는 영화의 장면들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May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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