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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19. 2021

Jones Beach, 1992년 여름 (Final)

태임이는 여전히 몇 년 전과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습니다. 물론 기대로 가득 찬 마음으로 만난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런 순간에는 이렇게 느끼겠지요. 새벽이 지나 이미 오전 6시 반이 되어서 그런지, 이른 가을 아침 햇살이 강하게 인천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창문을 통해 내리쬐고 있었고, 태임이는 그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눈이 부신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멀리 서 있던 저를 찾아냈습니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짙은 갈색 머리, 그 단발머리가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지요. 마냥 걷기가 조금은 미안했는지, 태임이는 제게 가볍게 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 이상하게도 -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까지 되었지요. 옅은 바람에 머릿결을 약간 흩날리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You still look the same, too (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약간은 숨이 찬 듯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숨을 내쉬며 그녀는 제가 먼저 던진 인사에 여전히 밝고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미국 뉴 잉글랜드 지역의 짙고 또렷한 발음이었지요. 그녀의 발음을 인식한 순간, "아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는지!" 하는 생각이 또한 들었습니다.


공항을 빨리 운전하여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그 날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그것도 반나절밖에 없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법원 일정이 생겨서 태임이는 2일 후 바로 돌아가야 할 일정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와 시간을 보낸 후 대치동에 있는 부모님과 시간을 지내야 하는 일정이었지요.


"Anywhere you go, I will be just as happy as you are (네가 가는 곳이라면, 너만 좋으면 나도 좋아)."


여전히 변치 않은 시원한 성격의 태임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반나절의 일정은, 우선 강남에 있는 아주 괜찮은 coffeeshop, 청담동에 있는 백화점, 그 후 강변에 있는 어느 호텔에 위치한 식당, 그리고 미사리를 지나 팔당댐을 건너 청평댐이 있는 대성리로 길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마음에 평안을 찾기 위해 꼭 찾는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고, 그녀와 저는 많은 질문과 답을 섞어가며 수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날 청담동 그 백화점에서는 제가 그녀에게 목걸이를 사 준 기억도 지금도 가끔은 떠오릅니다... 2001년 혜련이에게 주었던 그런 목걸이었나 봅니다. 다른 것을 주고 싶었지만, 제 기억엔 그때까지만 해도 목걸이가 가장 좋은 선물로 계속 제 생각속에는 각인되어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 후 몇 시간동안 우리는 지난 수년간을 거슬러 과거를 돌아보며 이어진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그 날 바로 그 시간, 현재라는 시점에 다다랐으며, 지금 하는 일들 -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거웠지만 정치, 종교, 그리고 결혼이라는 주제까지 -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각자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지요. 짧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충분했던 반나절의 기억... 그녀를 그날 오후 떠나보내며 예전에 그래 왔듯이 가까운 친구로 이제는 멀어지지 말자는 약속도 하였습니다. 어색하지 않도록 악수로 작별을 한 그날 오후의 재회는 이렇게 일상의 어느 한 조각처럼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미국으로 떠난 후 3일이 지난날, 태임이는 아래와 같이 이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It's three in the morning (eastern standard time) and I cannot go to sleep. The time adjustment truly is a pain in the rear.  In lieu of sleeping, I am listening to the music you arranged and composing my version of the retrospective.  


Thanks in no small part to your company, I had the best time in Korea.  I particularly enjoyed visiting your mountainside retreat and eating at the 포장마차.  In addition to your childhood memories, the more natural surroundings elicited a serenity in you that wasn't apparent while we were in the city.  Attached to this e-mail are the pictures I took that day, including the picture of the eccentric submarine shaped abode and the fog rolling down the mountain.  I've also attached a picture of me at the National Museum to complete the pictorial retrospective.


I think I've learned more about you during this trip than I had over the past eight years.  I'm amazed you want to retire so early and live apart from others, but heck, if this will make you happy, I'll be happy for you.  On the plane ride back, I couldn't help but ruminate on the infrequency of our respective moments of happiness.  Unfortunately, I didn't have an epiphany about how to change this, but I'm certain I can increase the likelihood of these moments by keeping in touch with you.


By the way, among my friends, you are now my mother's favorite.  She really enjoyed your thoughtful e-mail.  I briefly perused through it, but I'll more thoroughly read it for practice.  At your suggestion, I also purchased a children's version of the Talmud (탈무드) for further practice reading.  I've read only two pages so far, but as I cannot sleep, I'll brave page three.


안녕 for now.



2009년의 이 날의 기억 이후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했지요? 서로의 삶에 바쁜 나머지 예전에 약속한 것과는 달리 1년에 한 번 정도 전화를 하는 우리들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2009년 가을의 그 날이 없없다면 태임이와 저를 지금까지 이어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은 태임이는 결혼을 한 상태... Italian 남자라더군요. 물론 미국인입니다만. 저와는 정확히는 연인 사이도 아니었지만 애틋한 마음만은 서로의 마음속에 있었기에, 언제 만날지 모르는 그녀이지만 다시 보게 되는 그 날 마음만은 많이 설렐 듯 합니다 - 그녀의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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