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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y 24. 2024

개근거지 힘내라

지나가는 생각


1. 외계인이라고 놀림받은 아이 (1984)

1984년, 미국으로 이민가기 몇 달 전, 살던 집이 있던 강북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대치동에 사시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집에 갔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은마아파트에 살고 계셨지요. 명절 전날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 어머니가 반강제로 불려가셨고, 밤 늦게까지 진행되는 일들이라 학교를 마친 후 집으로 가지 않고 1시간정도 걸려서 그 곳까지 내려간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제가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대치동까지 오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국민학교 6학년이었지만, 그리고 서울에 살고는 있었지만 변두리였기에 서울 도심지나 강남구와 같은 곳들은 꽤 낮설고 신기했었습니다. 당연히 지하철도 꽤나 생소했던 때라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대치역 플랫폼을 계단을 통해 올라가려는데, 뒤에서 제 또래 남자아이들의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야, 외계인인가보다."

"지구에 온지 얼마 안 되나보네."

"히히힛"


그 아이들의 눈에는 제가 강남으로 전략이사를 온 것으로 보였을 듯 하고, 자기네들은 대치동 토박이라 저와는 breed 가 다르다는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첫인상이라는 게 꽤 중요하더군요. 이 날 이후 지금까지도 저는 강남구 대치동에 대해 좋은 감정이 하나도 없을 정도니까요. 한국에 다시 발을 디딘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제 또래의 '대치동 출신' 남자들을 만나게 되면 우선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대하게 되니, 아직 제가 인격이 모자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강남구 대치동과 서울대는 하찮게 보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불쾌했던 경험, 제 개인적인 것이고 그에 한정되었다면 그저 제 문제로만 존재하겠지만, 이를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매우 우려스런 주제가 되더군요. 사람의 인성이나 정서가 어린아이 때 이미 만들어진다고 하지요? 그리고 그 때 그 아이들, 그들의 인성과 인격 또는 가치관도 어느정도 형성이 되어 틀을 가지기 시작한 때였을텐데, 그들이 그대로 성장했을 확률은 매우 높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집에서 시켰을지가 우려됩니다. 지금은 이들 모두 지금 50대 전후의 나이로 자녀를 거느리며 어딘가에서 살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자녀들도 같은 나무에서 자란지라 아마도 그들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깊은 곳에서부터 썩게 되기 때문이지요. 썩은 씨를 낳아 키운 것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요?




2. 개근거지라고 놀림받은 아이 (2024)

어제 해외여행을 한번도 가지 못한 어느 아이를 두고 친구(?)들이 "개근거지"라고 놀렸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된 것을 읽었습니다. 아마 읽으셨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지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학급동료를 놀리는 애들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피해자 아이의 아버지가 이를 깊이 슬퍼하며 써내려간 글이 기사화된 것이랍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결혼 문화나 허영 문화도 그렇고 참 갑갑하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고 하는군요.


1984년 대치동에서 경험한 일, 이제는 한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교차합니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없겠지요. 그냥 cascading 하는 흐름 같습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133396&code=61121111&sid1=soc&cp=nv2




3. 외계인이 개근거지에게 주는 노래선물

그래도 이런 피해를 당한 아이... 이 아이와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어느 노래의 한 가사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1979년 미국 노래지만 나름대로 직/의역을 해 드립니다. 힘 내시라구요. 197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Song of the Year 로 수상한 노래로, Jennifer Warnes 라는 가수가 불렀습니다. Norma Rae 라는 영화 주제가이기도 하지요:



Bless the child

of the workin' man

(S)he knows too soon

who (s)he is

And bless the hands

of a workin' man

He knows his soul is his


노동자의 아이에게 축복이 있길

그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일찍 알게 되었으니. 


노동자의 두 손에 축복이 있으리! 

최소한 그의 영혼은 온전히 그의 것이니


https://www.youtube.com/watch?v=qtRTnIMebmY



- May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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