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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22. 2024

난 식기세척기를 두 번 돌려요

지나가는 생각들


Author | Kate Scott  

Pinterest | Ctto


"난 식기세척기를 두 번 돌려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을 때의 기억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느꼈었지요. 에너지도 없고 의욕도 없었고 그저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저는 제 자신을 끌고 심리상담을 받곤 했습니다. 그나마 잘해오고 있었는데, 그날엔 저는 정말 할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의사가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글쎄요, 그냥 사는 거지요.”였습니다.


그는 그런 나를 두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정확히 어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오늘 상담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저는 할 말이 있었지만 부끄러워 머뭇거렸습니다. 저는 더 의미 있는,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현실에서의 제 자신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솔직히요? 많은 그릇들이요. 바보 같다는 거 알아요. 보면 볼수록 설거지를 할 수가 없어요. 식기세척기가 형편없어서 설거지를 직접 해야 하는데, 왠지 거기 서서 설거지를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우스꽝스러웠어요. 어떻게 다 큰 여자가 접시 닦는 일 때문에 망가질 수 있나? 하지만 제 의사는 그런 저를 두고 쉽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식기세척기를 두 번 돌리세요.”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제 의사는 계속 말했습니다. "식기세척기가 잘 안 되고 직접 설거지하기 싫으면 세척기를 두 번 돌리세요. 세 번 돌리세요. 뭐 어때요? 규칙은 없잖아요."


그의 말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집에 가서 더러워진 설거지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세 번 돌렸어요. 마치 제 마음속의 악마를 죽인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저는 누워서 샤워를 했고요. 며칠 후 저는 빨래를 개서 아무 곳에나 널어놓았습니다. 갑자기 제 발목을 잡는 임의의 규칙이 사라지고 다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 건강해졌기 때문에 설거지를 하고, 서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제대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삶이 축복이 아니라 투쟁처럼 느껴지던 시절,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배웠습니다:


"규칙은 없다는 것입니다. 식기세척기를 두 번 돌리세요."




- August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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