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0대의 어느 여성 예술가

뉴욕시 사람들 이야기

by Rumi


오늘은 어느 60대 예술가를 소개해 드립니다. 뉴욕은 미술의 도시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미술관도 많고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맨해튼 이곳저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도 근처 대학교나 community college 등에 미술과정에 등록하고 수업을 받을 수 있지요. 제가 대학교 미술전공 당시 많은 백인 아주머니들이 저를 둘러싸고 (제 작품이었겠지만) 이것저것을 물어보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나이는 그저 나이일 뿐 - 네, 하지만 사회가, 도시가, 그리고 환경과 문화가 이것이 가능하도록 조성되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뉴욕은 그런 도시랍니다.







제 어머니는 항상 50세가 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그 시절이 가장 편안한 시기였다고 했죠.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제 50대는 딱히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생 파일 관리원으로 일해왔고, 회사에서 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저를 해고했어요. 하지만 기적적으로 집 근처에서 비슷한 직위를 찾게 되었고,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자 갑자기 많은 여가 시간이 생겼답니다 (My mother always told me that something happens when you turn fifty. She said it was her most relaxing decade, because she stopped giving a damn what other people think. Well, my fifties weren’t exactly relaxing. I’d worked my entire life as a file clerk, and the company let me go right before my forty-year milestone. Miraculously I ended up finding a similar position near my house, and without the commute I suddenly had all this extra time)



사진은 항상 제 취미였기 때문에 밀워키 사진 예술 연합 (Milwaukee Coalition of Photographic Arts)이라는 단체에 가입했습니다. 강연과 발표회에 참석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어느 달에는 경진대회가 열렸는데, 모든 참가자에게 무작위로 예술적 주제가 주어졌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순서였지요. 제 소개문에는 신디 셔먼과 프리다 칼로가 제게 영향을 준 예술가들이라고 적혀 있었고, 저는 femme fatale로 분장한 자화상을 만들어 전시회에 출품했습니다. 그 작품은 우수상을 받았지요. 그때 저는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마도 충분히 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우 진지하게 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포토샵 사용법을 배웠고, 전시회에 출품하는 방법을 알아냈지요 (Photography had always been a hobby of mine, so I joined a group called the Milwaukee Coalition of Photographic Arts. I loved going to the lectures and presentations. Then one month they held a competition: everyone was given a random artistic statement, and we had to create a piece around it. My statement said that Cindy Sherman and Frida Kahlo were my influences, so I made a self-portrait as a femme fatale and entered it into the show. It got an honorable mention. And that’s when I decided I was going to be an artist. I figured I probably wouldn’t be good enough, but I decided to take it very seriously. I learned how to use Photoshop. I figured out how to enter exhibitions).




저는 지난 5년간 약 30점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해요. 배경을 설정하고, 의상을 입는 것까지요. 최근에는 치매를 주제로 한 시리즈를 완성했는데, 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13개의 어이없는 장면을 구성했습니다. 이는 제 여동생과 제가 어머니와 함께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각 장면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해당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포함하고 있지요. 내가 원하는 대로, 좋은 느낌을 주는 일을 하는 것에서 많은 자유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건 아마도 제 본질적인 성격일 듯 해요 (Over the past five years I’ve done about thirty self-portraits: I do all of it: set up the background, put myself in costume. I just finished a series on dementia where I constructed thirteen ridiculous scenes that might occur when you’re caregiving. It’s something my sister and I went through with our mother. Each scene is based on a real story and has advice on how to handle the situation. I’ve been finding so much freedom in doing what I want, what feels good. I’m pretty sure this is my core personality).




저는 타고난 연기꾼이에요. 어릴 적부터 상상 놀이를 좋아했지요. 제 자매들과 함께 이런 게임을 했어요 - 제가 TV가 되고, 그들이 리모컨을 누를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생각해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저는 좋은 아이, 모두가 의지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머릿속에 이런 규칙들이 생겼어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이런 규칙들은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어요. 아마도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일 수도 있고, 더 이상 누구를 위해 연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단순히 60세가 되면서 뭔가 변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I’m a born performer. I always loved to play pretend as a child. My sisters and I would play this game where I’d be the TV, and every time they clicked the remote I’d have to come up with a new show. But somewhere along the way I became the good girl, the one everyone can depend on. There got to be these rules in my head: all the things I can and cannot do. But one by one they’ve been falling by the wayside. Maybe it’s because my parents are gone, and I don’t have to perform for anyone anymore. Or maybe something just happens when you turn sixty).


- August 02, 2025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Bra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