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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Sep 30. 2024

33. 황금 왕관을 쓴 모감주나무

<양재천 산책>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넘어가는 경계 부분에 모감주나무 세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아직 어린 나무이지만 6월이 되자 이 나무에 일제히 황금색 꽃이 피었다.  초록초록한 세상에 황금빛 왕관을 두른듯한 모감주 꽃이 피자 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모감주나무로 다가갔다.



양재천의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꽃은 신라의 왕관을 닮았다고 한다. 역시 하늘을 향해 곧추세워져 노란 꽃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금관 모양이다.  이 계절에 모감주가 노란 꽃을 피우는 것은 탁월한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  

신라 금관모양의 모감주나무 꽃


 모감주 꽃은 개나리처럼 생긴 네 개의 꽃잎이 꽃술들을 앞으로 쑥 내밀고 몸을 뒤로 발랑 젖힌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성숙한 모감주 꽃의 중심은 마치 붉은 연지를 바른 듯 붉게 물들어 있다. 모감주 꽃잎이 붉게 연지를 바르고 곤충을 유혹해서인지 벌뿐만 아니라 등에, 파리, 나방 등 온갖 곤충들이 몰려와 부지런히 붉은 꽃잎에 입술을 들이밀고 있었다. 곤충을 부르는 모감주 꽃의 병기는 저 붉은 연지일까 아니면 몸속에 지닌 꿀단지일까 궁금하였다.


이 꽃이 지고 나면 꽈리모양의 열매가 풍선처럼 나무에 매달린다. 꽈리모양의 중심에 모감주나무의 종자가 들어있다. 이 종자는 가을이 되면 진갈색으로 단단하게 여물게 되는데, 종자가 얼마나 단단한지 모감주나무로 만든 염주는 최상급으로 친다고 한다.     


모감주나무의 꽈리모양의 열매


모감주는 주로 중국에서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모감주나무 자생지는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천연기념물 제371호)와 태안 안면도 군락지(천연기념물 제138호) 및 완도 대문리 군락지(천연기념물 제428호)가 있는데, 대부분 해안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가 중국 어느 해안지방에서 떨어져 우리나라를 향해 긴긴 항해를 한 후 이 땅에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모감주나무의 여행이 마치 콜럼버스의 항해처럼 위대하게 여겨졌다..


나는 초여름이면 아름다운 황금빛 꽃을 피워 올리는 모감주 꽃들을 보기 위하여  모감주 군락지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올여름에는 거제도 한내리의 모감주 군락지를 찾아 모감주 꽃을 실컷 보았다.


거제도 한내리의 모감주 군락지


모감주 꽃이 떨어지면 땅바닥에 노란 꽃길을 만든다. 바람에 황금빛 꽃잎이 하나씩 날리며 떨어지면 마치 황금비를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황금비나무(golden rain tree)라고 부른다. 작명을 잘한 것 같다.


모감주나무는 주나라에서는 학자의 무덤가에 심을 수 있는 나무로 허용해주었다고 한다. 나무에도 등급이 있다. 왕관 같은 꽃을 피우는 이 우아한 나무가 학자의 나무로 등급이 매겨졌다니  의아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옛사람들의 기준이고 그러거나 말거나 모감주나무는 해마다 여름 초입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화려한 황금왕관의 꽃을 피운다.


지금 양재천에 꽃을 피운 저 나무는 아직 어린 나무여서 엄청난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세월이 흘러 양재천의 모감주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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