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냄새 나쁜 냄새
뉴욕에는 두 가지 대조되는 냄새가 있다. 하나는 지상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 냄새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에서 나는 오줌 지린내이다. 가끔 이 지린내가 지하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스팀과 함께 지상으로 스며 나와 맛있는 음식 냄새를 뒤덮을 때도 있다. 그 순간은 지린내가 맨해튼의 대표 얼굴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곧 곳곳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핫도그 냄새로 인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진다.
맛있는 냄새와 지린내가 경쟁하는 도시, 맨해튼의 두 얼굴이다.
맨해튼을 멀찍이서 바라보면 정말 놀랍다. 끝없는 고층빌딩들의 숲은 지구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광을 만들어 낸다. 그 모습을 밤에 바라보면 빌딩 숲에서 피어나는 불빛이 화려하고 부유한 뉴욕의 모습을 더욱더 잘 드러낸다. 더구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높은 빌딩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세계 최고로 부유한 도시 뉴욕의 모습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화려하고 부유한 뉴욕의 풍경이다.
그런데 지하 세계로 내려가면 뉴욕은 음침하고 오줌 지린내가 앙동하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다. 지하 세계가 대개 습하고 어두운 곳으로 묘사되지만, 뉴욕의 지하 세계는 더욱 고약하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 세계로 발을 디디는 순간 역한 지린내가 온몸에 덮쳐온다. 뉴욕의 지하철 역사에서 나는 냄새를 지린내로 한정할 수는 없다. 여러 냄새의 혼합체가 훅 다가오는 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속을 매슥거리게 하는 고약한 냄새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땅에 사는 뉴요커들이 왜 아무 데서나 방뇨를 하는가가 나의 일차적 의문이었다. 알고 보니 화장실이 절대 부족하다고 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범죄예방을 위해 화장실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니 범죄도시 뉴욕시의 고민도 이해가 되기는 했다.
지린내 외에도 뉴욕 지하철에 대해서는 괴담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거짓말 좀 보태 고양이처럼 큰 쥐들이 산다는 소문이었다. 나는 그런 큰 쥐를 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마우스가 철로 위를 뛰어다니는 광경은 보았다. 어두 껌껌하고 습하고 냄새나는 곳과 쥐와는 어쩐지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쥐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물론 사람이다. 이제 총기사건은 놀랄 일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을 열차 선로로 밀어버리는 밀치기 사건이 수시로 보도되더니 최근에는 잠든 여성 옷에 불을 붙여 죽게 만드는 사건까지 일어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뉴요커들에게 정신적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요커들이 매일 이 불결하고 음산한 곳을 거쳐 지상의 화려한 건물들로 출근을 해야 한다. 현대가 낳은 거대도시의 어쩔 수 없는 비극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지독한 냄새와 불안을 감수하고 지하 세계로 가야 하는 딸과 사위를 위해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이 든다.
뉴욕에 이렇게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뉴욕의 맛있는 냄새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다. 뉴욕 거리에는 진짜로 맛있는 냄새가 거리 가득 퍼져있다. 이 맛있는 냄새들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살펴보면 맨해튼의 도처에 레스토랑이요 카페, 빵집임을 알 수 있다. 바쁜 뉴요커들이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베이글 굽는 냄새, 커피향내가 뉴욕의 아침 향기에 일조함에 틀림없다.
미국은 인종의 전시장이니만치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도 모여있다. 그야말로 세계의 유명한 음식을 다 먹어볼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다고 정평이 나있다. 맨해튼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푸드 트럭부터 시작하여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 자리한 미쉐린 스타 맛집도 수두룩하다. 2024년 12월 기준 미국 전체에 미쉐린 쓰리 스타 레스토랑은 14곳인데 그중 5곳이 뉴욕에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임정식 셰프가 하는 한식당 ‘정식당’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자부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이렇게 수천 개의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 디저트 숖, 푸드 트럭 등이 뉴욕에서 성업 중이다.
뉴욕의 명물 음식이라고 하면 뉴욕 스테이크, 피자, 베이글, 샌드위치, 햄버거, 치즈 케이크, 파스타,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의 종류도 끝이 없고 레벨도 다양하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미쉐린 레스토랑을 즐길 수도 있고 거리의 푸드 트럭에서 가벼운 한 끼 요기를 할 수도 있다. 뉴욕은 요지경이다.
길을 가다가 이런 간판을 발견했다.
뉴욕은 그냥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느낌이다.
참 멋진 말이라고 공감했다.
뉴욕의 식당들, 카페, 베이커리에서 멋진 음식 냄새를 피워내지만 그 무엇보다도 거리의 맛있는 냄새의 주범은 푸드 트럭들이다. 거의 전 스트리트마다 푸드 트럭들이 자리하고 있어 맛있는 냄새를 피워댄다.
푸드 트럭에서 파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제일 많은 것이 핫도그와 햄버거 가게인 것 같았다. 저렴하면서 푸짐하여 한 끼 식사를 완성할 수 있기에 여행자는 물론 현지인도 사랑하는 메뉴인 것 같다.
핫도그는 커다랗고 폭신한 빵을 갈라 두툼한 소시지와 각종 채소를 넣은 뒤,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 마요네즈를 뿌려 툭하고 건네주는 시크한 음식이데 보기만 해도 리치해 보인다.
햄버거는 주로 뉴욕의 명물이 된 베이글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어 주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바쁜 뉴요커들은 핫도그나 햄버거 하나를 사서 공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뉴욕에 머물면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을 엄두는 내지 못하였지만 공원에 앉아 육즙이 가득한 핫도그나 햄버거를 먹은 젊은이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본 적은 있었다.
구운 프레첼도 뉴욕 길거리 음식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프레첼이라고 하면 부시 대통령이 먹다가 기도에 걸려 질식을 일으킨 간식으로 유명하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많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니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음식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빵을 구울 때의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이의 식욕을 당기는 냄새를 피운다. 뉴욕에 있는 동안 한번 먹어보았으면 좋았을 식품인데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는 동양인 노부부(양반교육을 받고 자란 탓)는 그냥 쳐다만 보고 지나쳤다.
할랄푸드임을 내세우는 가게도 꽤 있어 놀라웠다. 다양한 이민자가 모인 뉴욕임을 실감케 하는 푸드 트럭이었다. 뉴욕에서의 할랄 음식은 주로 ‘할랄 가이즈’라는 푸드트럭에서 판다고 하는데, 치킨라이스, 양고기 라이스, 카레라이스 등 아랍 일대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을 취급한다고 한다.
나초나 타코를 파는 가게도 보인다.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판다.
배를 불리기 위한 음식이건, 달콤한 디저트를 위한 음식이건 푸드 코트에서는 무엇이든지 파는 것처럼 보였다. 트럭까지 마련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 한 모퉁이에서 자른 과일의 좌판을 펼친다. 사람들은 기꺼이 길거리 음식을 즐긴다. 이런 모습들이 자유스러운 뉴욕의 모습에 일조한다.
뉴욕의 두 냄새 중 좋은 것의 승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