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양이의 새벽 알람

습성의 이해

by 슬라

룬이가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내 품에 안기던 그날의 따스함은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고양이와의 동거가 단순히 사랑스러운 장면들로만 채워지진 않는다는 걸, 나는 금세 깨달았다.

처음 살아보는 집. 룬이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냄새를 맡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보았다가 다시 책상 위로 훌쩍 올라갔다.

내가 가지 못하게 막아둔 곳도 굳이 넘어가서는 “여기엔 뭐가 있을까?” 하고 탐색했다.

작은 방 안은 룬이에겐 거대한 미지의 세계였다.


그런데 문제는 밤이었다.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고요가 내려앉으면 자연스레 룬이도 잠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사람의 착각이었다.

룬이는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바람 한 줄기에도 귀가 움직이고, 그림자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선반 위의 물건을 건드리다 우당탕 떨어뜨리고 놀란 건 나보다 룬이였다.

본인이 소리에 놀라 도망가 숨었다가, 또다시 기웃거리며 돌아왔다.



그때 시간이 새벽 2시.


나는 이미 피곤에 절어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룬이는 세상을 막 발견한 아이처럼 반짝였다.

집사의 기상 시간은 아침 7시인데,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 나의 하루는 ‘고양이의 새벽 알람’으로 시작될 거라는 걸.


호기심 많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고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 우당탕 소리마저도 내 곁에 누군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어쩌면 잠 못 이루는 새벽은 고양이와 나 사이에 피어나는 또 다른 추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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