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지나간다
높푸른 하늘에 밑줄 좍 ── 그으며
멀리멀리 날아간다
고추 따던 식구들도 비행기를 따라간다
할머니는 제주도 고모 집으로
외숙모는 바다 건너 베트남으로
비행기는 매일매일 바다를 건너는데
높고 넓은 하늘길을 쉬지 않고 나는데
코로나19가 바닷길을 막았다
하늘길을 막았다
식구들 마음처럼 고추는 붉게 익고
외숙모 목은 한 뼘 더 길어졌다
혼자서만 가는 게 미안했는지
비행기도 …… 말 줄임표를 남긴다
잘 지내시나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식구들 마음에 밑줄 쫙 ── 긋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