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가락에 달팽이가 산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슬그머니 집을 나와
산 너머 밭을 향해 뽈뽈 뿔뿔 기어간다
손바닥만 한 비탈밭 갉작갉작 일구다가
아침이슬 한 모금에 타는 목을 적시고
햇살 쨍한 한낮에는 낮잠을 자다가
─ 할머니 편지 왔어요,
우체부 아저씨 부르는 소리에
팽그르르 집을 말아 한달음에 달려간다 `
눈 밝은 까치 이장님 편지를 읽어주면
가늘고 긴 목을 빼 눈물 찔끔 흘리다가
배춧잎에 빼곡 답장을 쓴다
할미는 잘 있단다,
집도 밭도 잘 있단다
눈멀고 귀 먼 할머니 온몸으로 써 내려간
삐뚤빼뚤 손글씨
달팽이 손글씨
한 줄 쓰고 눈물 찔끔
한 줄 읽고 콧물 찔끔
배춧잎이 다 젖었다
편지지가 다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