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난임

온 우주 속 가장 특별해

by 아카씽

"딸아~ 넌 정말 많은 기도 속에 태어난 아이야,

네가 생기고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있었어,

그러니 넌 정말 특별해,

넌 우리의 축복이야"


자라면서 문과 현은 내게 수도 없이 말했다. 잠들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불시에 나 자신의 소중함을 꽉 잡아 붙들게 했다. 마음속에 나는 정말 귀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걸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왔고 그들의 삶 속에 깃든 '감사'라는 말을 아주 어릴 적부터 체득했다. 또한 내 부모에게 내가 특별한 만큼 그 어떤 생명도 작지 않고 귀하다는 것을 온전히 배웠다.




현은 본래 다산을 꿈꿨다. 형제가 복작대는 집에서 유복하게 자란 현은 형제는 많을수록 좋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랬던 현은 문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마음이 두근대고 말랑거려 어쩔 줄 모르는 현이었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쉽사리 아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이 살아갔던 80년대를 생각해 본다. 사실 내가 살아가는 현시대, 아이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실제로 내 주변에 결혼 후 자의로 아이 없이 살아가는 부부들이 꽤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이 비난받지 않는다.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이 이상한 그런 세상이다. 하지만 80년대, 그때만 해도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는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웠다. 조급했던 그 시절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온 가족과 이웃의 걱정거리였다. 아이를 못 낳는 불행만큼 여자에게 큰 고통은 없던 그 시절 한 복판에 마음 졸이는 현이 있었다. 그런 야박한 80년대를 살았던 현의 불행이 감히 짐작도 안 간다.


그런데 그 불행은 심지어 3년이나 계속됐다. 지금은 난임이 많이 알려져 있고 또 도움받을 수 있는 병원도 많다. 최근 난임을 겪은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지금 우리나라의 난임 기술이 워낙 좋아서 시간의 문제일 뿐 무조건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현이 살았던 80년대에는 딱히 대안이 없었다. 현과 문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답답한 상황뿐이었다.


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도뿐이었다. 그녀는 간절히, 제발 아이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현은 성경에 나오는 '한나'라는 여인을 알게 됐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 현과 많이 닮았다. 한나의 쉼 없는 기도를 마음속에 품고 현은 매일 간절함을 붙들었다. 온 가족과 현을 알고 있는 온 우주가 현의 기도에 힘과 용기를 보탰다. 그 샐 수 없이 무수한 기도 속에 3년 만에 축복의 아이가 찾아왔다.


그게 바로 나다.





몇 년 전 한 노래를 알게 됐다. 가사가 마음에 쏙 들어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주고 불러준다.


<가장 특별해>


너는 밝은 별보다

저 푸른 들판보다

아름다워 정말 소중해.


하나님이 그 형상 닮게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게

너를 만드셨어.


기억해,

넌 온 우주 속 가장 특별해


기억해,

넌 온 우주 속 가장 특별해



짧고 단순한 가사지만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엄마, 난 온 우주 속 가장 특별해?"

한참을 흥얼거리던 아이가 묻는다. 오랫동안 부르고 곱씹다 보니 어느새 마음에 가사가 툭 걸려 궁금해졌나 보다.


"그럼~ 우리 찰동이는 이 세상 딱 한 명이잖아.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정말 특별하지"


"나랑 똑같은 사람은 없어?"

"그럼~ 찰동이는 이 세상 딱 하나야, 그러니 특별해"

"정말? 와~ 그렇구나."

툭 걸린 가사 한 마디가 어느새 아이 마음속에 깊이 들어가 반짝인다.


세상의 모래알을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했던 그 간절함 속에 태어난 존재. 이 세상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는 귀하다. 나도, 너도.


그렇게 문득, 불시에 내 아이도 알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문과 현에게 전해받은 사랑과 소중함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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