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는 아빠가 좋다.

내 부모의 건강한 사랑법

by 아카씽

보글보글 맛있게 매콤한 냄새로 온 집안을 감싸는 저녁. 현은 흥얼거리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

"와아~오늘은 김치찌갠가? 냄새가 솔~솔~ 너~무 맛있네~ 자기 김치찌개 끝~~내주지~!"

방바닥을 걸레질하던 문은 맛있는 냄새에 홀리듯 부엌으로 향한다. 그는 모든 감각으로 알아챈 것들을 벅찬 기대감으로 표현해 낼 줄 안다. 자신감에 찬 현은 어깨를 들썩이며 끓는 찌개에 보드라운 두부를 퐁당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총총총 파를 썰어 끓는 국물 위로 살포시 털어 넣는다. 그 모습이 누구보다 새침하다.


"무슨 두부야? 내가 사 온 그건가? 때깔 좋~~네!"

역시 뭐 하나 놓치지 않는 문이다. 어쩐지 김치찌개보다 그의 추임새가 더 맛깔난다. '뭘 이 정도 가지고?'라는 표정으로 현은 세심하게 가스 불을 조절한다.


얼마 뒤 저녁 식탁에 김치찌개가 자랑스럽게 자리 잡았다.

"크~~ 얘들아~ 엄마 김치찌개는 진짜 너~~무 맛있어~ 그치?"

한 입 뜨자마자 문은 감탄한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뿐이다.


"캬~!" "크흐~!" "햐~!" "참~!"

두 입, 세 입, 네 입... 밥 한 공기가 비워질 때까지 그의 탄성은 쉼 없이 이어진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김치찌개 처음 먹어보는 사람인 줄 알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너무도 일상이라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당연하다. 표현부자인 문은 매일을 감탄하는 삶을 산다. 특히 아내인 현에게 있어서 더 그렇다.


"참~ 네 엄마 어쩜 이렇게 예쁘지?"

"엄마 같은 사람 없다. 그치?"

어릴 적부터 보아온 문은 현을 사랑하는 태도가 한결같다. 그는 매번 현이 하는 모든 것에 감탄하고 또 사랑을 표현한다. 한 없는 그의 표현 덕분인지 정말 현은 그 말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그 사랑이 가끔 부당해 보일 때도 있었다. 가끔 현과 내가 부딪칠 일이 생기면 문은 묻고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현의 편에 섰다. 앞 뒤 상황 파악도 없이 그럴 때면 억울하고 화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늘 아랑곳하지 않고 문은 말했다. "아빠는 엄마만 있으면 돼! 아빠는 무조건! 엄마 편이야"라고 말이다. 문은 자식보다 늘 아내인 현이 일 순위다. 아마 현과 내가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문은 고민할 것도 없이 현부터 구할 것이다. 확신한다.


그럼에도 난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딸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는 아빠가 좋다. 이게 가능한 건 문의 사랑법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그의 딸로서 난 언제나 모자람이 없었다. 빈틈없이 싹싹 긁어 먹여주는 그의 사랑 덕분에 늘 배가 불렀다. 부족함 없이 꾹꾹 눌러 담아 가득 차려주는 그의 사랑으로 토실토실 보기 좋게 살이 올랐다. 그의 흡족한 사랑법 덕분에 나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쯤은 문제 될 것이 없다.


더군다나 내 가정이 생기고 보니 그런 문의 말과 생각이 참 좋다. 문과 현이 서로를 제일로 바라보는 만큼 나도 눈치 보지 않고 내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멀어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관계 형성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건강한 사랑 덕분에 나 또한 안정된 사랑을 배우고 대물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부럽고 또 닮아가고 싶다. 지금 이 시간도 고운 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감탄할 문의 모습이 그려진다. 현은 또 새침하게 웃고 있겠지.


그들이 삶 속에서 전해준 건강한 사랑법을 마음에 새기며, 저녁으로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인다. 서툴지만 다정한 나의 김치찌개를 언제나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오래도록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또한 문과 현 역시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도드린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고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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