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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Apr 08. 2023

인사를 좋아하는 이유

낯가림을 이겨내는 힘


 첫째 찰랑이는 낯선 이에게도 잘 안기는 아이였다.  6개월쯤 낯가림을 하다 어느 순간 봉인 해제 되어 누구에게도 잘 가고 방긋방긋 잘 웃는 아이. 그래서인지 참 사랑을 많이 받고 또 사랑을 주는 아이다.


 그런데 둘째 찰동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같은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찰동이는 엄마 아빠 이외의 모든 이들을 경계하고 곁을 잘 안 준다. 집중받는 걸 싫어하고 새로운 것들(사람포함)을 경계한다. 첫째 찰랑이는 아무에게나 잘 가서(엄마인 내가 서운할 정도로) 예쁨을 한없이 받았던 반면, 찰동이의 모진 낯섦 때문에 우리 부부는 민망할 때가 참 많아졌다. 모진 낯섦이란 말이 야박하게 들릴지 몰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잘 안 가려고 하니 모진 낯섦이 맞다.


 참 신기한 건 인사 하나는 끝내주게 한다. 그것도 우렁차게.

이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사를 하고 나서의 좋은 반응들이 찰동이에게 어떤 하나의 힘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 처음엔 엄마가 또는 형이 인사를 하니까 얼떨결에 따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그때 받았던 낯선 이들의 기분 좋은 피드백이 좋았고 찰동이 안에 생긴 작은 힘이 인사를 잘하게 한 것. 사실 인사만 잘해도 예쁨 받을 자격이 충분한 게 아이들인데 찰동이는 그 예쁨 받는 법을 제대로 알고 간파해 버렸다.


  그렇게 보면 경험이란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우연히 얻은 작은 경험일지라도 그것들이 잦게 쌓이다 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찰동이처럼 세상이 낯설고 무서운 아이에게 먼저 인사한다는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엄청난 힘이고 용기다. 이 힘을 불어넣어 준 작고 소중한 경험들이 훗날 찰동이에게 더할 수 없는 용기를 줄 것이라 믿는다.


 아이는 세상이 아직 무섭지만, 생각보다 밝고 기분 좋은 곳이란 걸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그 마음을 북돋아 주기 위해 좋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함께 쌓아가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의 낯설고 무서운 너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다만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게 함께 나아가보자.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우리 그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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