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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아시나요?

우리 주변에서 내달리는 위험한 자전거.

by 아카씽




**거치대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의 특징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주 이야기인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에 집중하여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아세요?"

브레이크? 순간 다른 거랑 헷갈렸나 했다. 그런데, 분명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랬다. 브레이크 없이 자전거를 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고, 유행인가 봐요, 그걸로 묘기 연습하고 그런 대나 봐요. 멋있어 보이는 거죠,

브레이크든 거치대든 다 떼고 경량화해서 타나 봐요. 문제는 그걸 평상시에도 타고 다녀서 사고가 많이 있나 보더라고요"

청소년 시기의 호기심이란 또 그 모험심이란 잘 안다. 그렇지만 너무 위험한 일 아닌가. 나와 내 아이가 다니는 길에서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라니 순간 너무 섬뜩했다.


"옆 초등학교에서 그 자전거에 사고가 크게 났대요.

중학생 애가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로 달리다가 초등 아이랑 사고가 난 모양이더라고요. 얼굴을 많이 다쳐서 119에서 오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수술까지 하고. 너무 위험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몇 달 전 일이 생각이 났다.


첫째 아이 초등학교로 녹색어머니 봉사를 나갔던 날이었다. 스쿨존은 아이들이 있는 워낙에 민감한 곳이다. 그날만은 나도 아이들 안전에 한 책임자이기에 긴장도 되었고, 어린아이들로 북적이는 아침시간이라 도로의 차들 역시 조심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잠잠한 도로사이를 뚫고 저 멀리서 자전거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어쩐지 속도를 줄일 기미가 보이지 않던 자전거는 "어? 속도 줄이겠지? 어? 어?" 하는 순간 횡단보도의 아이 둘을 순식간에 덮쳤다.


너무 놀랐고 또 갑작스러웠다. 초록 불이 켜진지 꽤 된 시간이었는데, 차들도 다 서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아이들과 자전거 주인인 학생은 이미 저쪽 도로로 건넜고 도로에 자전거만 나뒹굴고 있었다. 얼른 수습하기 위해 자전거를 들고 반대쪽으로 뛰어 건넜다. 급히 자전거를 세우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거치대가 없었다. 한참을 거치대를 찾으며 낑낑대다가 겨우 벽 쪽에 세우고 아이들 상태를 살폈다. 아이들은 다행히 괜찮았다. 자전거 주인인 중학생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당시엔 노래나 라디오 듣다가 다른 생각을 했나 싶었다. 그래도 앞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데 그걸 못 보고 못 멈추나? 의문스러웠다. 100프로 단정할 수 없지만, 급정거를 못했던 그 상황을 생각하면 그 자전거 역시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이지 싶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처음 알게 되어 검색해 보니, 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관련된 법이 부재한 상황. 이런 불법적이고 위험한 자전거가 아무 규제 없이 우리의 생활권을 위협하며 내달리고 있다. 너무 충격이고 화가 난다.


"우리 애 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애들이 이 자전거로 모여 묘기를 연습한대요"

한숨만 나왔다. 학교에서는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자칫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자전거의 법 규제가 시급해 보인다. 특히 청소년에게 자전거를 사주는 부모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이 문제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단순히 문화, 유행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정확한 지침, 조언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특히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생활권을 위해 많이 알고 또 고쳐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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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유독 많았던 난 (부끄럽지만)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전거를 배웠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배웠었는데, 당시 겁을 내고 비틀거리며 울먹일 때, 남편이 했던 말이 있다.

"걱정하지 마, 브레이크에 손을 쥐고 달리면 언제든 위급할 때 멈출 수 있어"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제어할 힘은 나에게 있었고 무섭거나 위험할 때마다 브레이크를 당기면 될 일이었다. 이 간단한 깨달음으로 용기를 얻었고 자전거를 배울 수 있었다.


내 앞에 어떤 위급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에 언제든 멈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전거를 재밌게 타는 만큼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안전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놓쳐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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