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전화로 깨우는 엄마

아침밥은 못 차려줘도 꼭 하는 것.

by 아카씽

지금은 신성한 고3 자습시간.

"지이이이잉~"

불시에 전화벨이 울린다.


현이다.


"딸~ 일어나야지이~"

매우 당황스럽다.


"에휴 엄마~ 나 학교야 이미.. 자습시간이야 끊어..."

"그래 잘했네~ 수고해"

"웅"


뚝-


매번 현은 아침마다 딸을 전화로 깨운다. 벌써 학교라니. 오늘은 조금 늦었다.





매일 아침 새벽 4시. 알람이 울린다. 무겁게 현이 몸을 일으킨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입가심 정도를 한 뒤 대충 손에 잡히는 옷을 듬성듬성 입고 조용히 집을 나선다. 옅은 불빛을 향해 어둠을 헤친다. 발걸음이 쉼 없이 빠르다. 이내 밝아 가까워진 한 건물의 문을 연다. 울려 퍼지는 찬송소리. 현은 오늘도 부지런히 기도를 하러 왔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5시가 넘은 시간. 현은 잠깐 몸을 누인다. 따뜻한 이불 안에서 노곤하니 잠이 솔솔 온다. 오늘은 딸의 아침을 꼭 차려주리라 마음먹는다. 조금만 자고. 조금만 자야지. 조금만... 하지만 잠깐의 단잠은 쉽사리 현을 놓아주지 않는다. 일단 딸을 깨워보기로 한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전화로 한다. 하지만 벌써 딸은 학교란다. 조금 미안하지만 걱정은 안 한다.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까지 꼭 차려먹고 학교에 가는 야무진 딸이기 때문이다. 현은 아침을 못 차려주어 미안했지만, 사실 딸은 매일 새벽을 두드리는 부지런한 현의 기도가 그 어느 밥보다 든든했다.


현은 대단한 신앙인이다.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는 그녀의 삶은 경이롭다. 매일 뜨고 지는 해처럼 기도는 쉼이 없고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기도는 더 부지런해진다. 고3인 딸을 위해 기도는 더 바빠지고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 간절함 덕분에 현이 기도하고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신기한 날들이었다. 감사한 날들 속에 나는 더 어깨를 펴며 씩씩했고 세상을 다정하게 볼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 수고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딸~ 애들 감기는 좀 어때? 식이(남편)는 출장 준비 잘 되고 있지?

엄마가 매일 기도하고 있어~ 알지?"


어느새 나의 늘어난 식구 덕에 현은 더 부지런히 기도할 일들이 많아졌다. 나는 현의 기도 속에 여전히 자라나는 어른이다. 그런 현의 사랑과 헌신이 항상 미안하고 또 고맙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마움의 표현은 현의 기도처럼 탈없이 잘 살아가는 것이다. 고3의 내가 현이 걱정하지 않게 혼자서도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었듯이, 지금의 내 식구들을 살뜰히 챙기고 내 삶을 잘 정돈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현이 바라는 그 평안이 내 삶에 깃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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