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건강검진 보고서를 받아보고
여행을 다녀와서 보니
비에 젖은 등기가 와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온 정기건진 결과지였다.
매년 하는 것이지만 늘 궁금하다.
짐을 풀기도 전에 우리 부부는 각자의 결과지를 살펴봤다.
용종이 안 발견된 대장내시경 결과는 정말 복음중의 복음이다.
전립선이 문제인데.. 역시나 작년보다 조금 더 커져서 마음도 몸도 불편하다.
이제는 약을 먹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웬지 약먹는 것은 아쉬워서
유튜브를 뒤적인다.
뭘 먹어야하나, 무슨 운동을 해아하나...
토마토, 블로커리, 양배추.. 그래 오늘은 이걸 사다가 소분하여 매일 먹자!
얼마나 오래사는냐 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하기에
늘 건강검진결과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래 죽는거야 뭐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은 나의 몫이 꽤 되니까 ...
아내도 결과지를 보더니 조용하다.
아니 우울한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나쁜 결과들이 발견되었나보다.
누구보다 운동 많이하고,
누구보다 음식 조절하고,
누구보다 생활습관이 모범인 아내가 시무룩하니 나도 같이 기분이 다운된다.
일주일 내에 전화를 한다는 별지의 내용도 영 마음에 거스른다.
아내의 결과지를 가져와서 형광펜으로 표시해가며 결과를 분석했다.
뭐야? 살짝 걱정되는 것은 있지만 하나도 확정된 것도 없고 그리 염려할 것도 없는거 아냐?
아내의 결과지를 가지고 올라가 아내 옆에 누웠다.
" 별거 없네.. 오히려 나보다 더 좋네 뭐~ "
아내를 안심시키려 애쓰며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건강 생각해서 제주도로 가서 맑은 공기 마시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자던 얘기를 했는데..
" 제주도 갈 거 없네. 이사계획도 취소다. 난 또 뭐 엄청 심각한 줄 알았네 "
아내가 금세 마음이 풀렸는지 말문이 다시 열렸다.
" 연습갈까? "
" 일단, 청소부터 할까? "
아내의 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부부란 그런건가 보다.
산다는 건 그런건가 보다.
말이란 그런건가 보다.
생각이란 그런건가 보다.
나이 육십이 넘어도 일희일비하는 것은 어린아이 때나, 사춘기 때나, 청년 때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긴 우리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니까.
가장 평범한, 그래서 가장 행복한 '우리들'이니까.
연습장은 여전히 늦여름의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