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위로를 만나다.
지난주 수요일에는 서울역 부근에 일정이 있어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되었다. 늘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만 바라보다가, 화창한 날씨 속에 외근을 나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런데 아뿔싸, 오랜만의 외출이라 들떴던 걸까? 지도 앱에 목적지를 찍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엉뚱한 골목길로 한참 걸어 올라가고 말았다.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설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결국 다시 발길을 돌리며,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아주 소소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베란다에 널린 빨래,
담장 너머로 살랑이는 나뭇잎,
고요하게 흐르는 공기.
서울 한복판, 번잡함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이 도시에도 이렇게 조용한 틈이 있었다. 바로, 이런 골목길 속에서.
큰길에서 몇 걸음만 비켜서면, 도심의 소음은 어느새 저 멀리 밀려나고, 담벼락을 따라 걷는 제 발자국 소리만 또렷이 들려온다. 담장 낮은 집들, 뒤엉킨 전선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빌딩들은 여전히 차갑고 기능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뒷골목에는 여전히 사람 사는 온기를 품고 있었다.
"서울은 결코 한 가지 얼굴만 가진 도시가 아니구나."
이 조용한 골목이 그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도 이렇게 천천히 걷고, 멈추고, 숨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때로는 엉뚱한 길로 들어설지라도, 그 길에서 뜻밖의 풍경과 마음의 여백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잠시 멈춘 걸음이 꼭 낭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멈춤 덕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그 사실이, 내게 참 큰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