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17년의 회사생활 중, 11년은 TM 영업부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두 단어와 항상 함께했다.
보험 업계에서 이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인바운드(Inbound)'는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영업 형태다. 예를 들면 홈쇼핑 광고를 보거나 온라인 배너를 클릭해, '내가 필요해서' 보험사 콜센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다.
반대로 '아웃바운드(Outbound)'는 보험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성을 설득하는 영업 방식이다. 예를 들면, T맵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식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판매 방식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인바운드 영업은 비용이 높지만 성과도 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험금 지급 건수나 분쟁은 인바운드에서 훨씬 많이 발생하고, 악성 계약이 많은 데에 비해 철회 비율도 낮다. 이는 스스로 찾아온 고객 중에 병력이 있거나 보험이 절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보험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도 적용된다.
'서울 자가에 사는 김 부장 이야기'에도 나오지 않던가? '파격 조건'이라는 상가 분양 광고나, '알짜 정보'라며 주식 리딩방 가입을 권유하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말로 좋은 기회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과장된 문구로 영업할 이유가 없다.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기 계발과 퍼스널 브랜딩도 결국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이것이 바로 인바운드다. 반대로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닐 따면, 계속 나를 설명하고 증명해야 했다. 적극적으로 나를 알려야만 했다. 그게 아웃바운드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이 순서를 착각한다는 데 있다. 아직 실력이 충분치 않은데도 대우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의 나 역시도 그랬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더욱 나를 과장하거나 포장하게 되었고, 결국 나 자신에 떳떳하지 못하게 된 적도 많았다.
사실, 우리의 글쓰기도, 자기 계발도 똑같지 않나 싶다. 지금 내 글이, 누군가 알아서 찾아와 읽고 공감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더군다나 브런치와 블로그뿐만 아니라, 스레드 등 플랫폼에서는 더욱더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 짧은 문장, 빠른 속도, 강한 메시지.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금세 묻힐 수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도 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웃바운드처럼 계속 나를 드러내는 것뿐이다. 스친들과 이웃들을 먼저 찾아다니며, 나를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지키고 싶다. 누군가를 혹하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나'로 서는 것이다.
인바운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인바운드를 흉내 내지 않고 '메타인지'를 하는 것이니까. 지금은 아웃바운드의 시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꾸준하고 묵묵히 쌓아가는 것. 진짜 나를 팔지 않는 것. 그래서 오늘도 꾸준히 쓰고, 기록하려 한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이 두 단어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삶의 속도를 배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쓴다. 더 멋진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아직은 찾아오지 않아도, 언젠가는 내 글을 자연스럽게 반갑게 맞아줄 사람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