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이 아니라 걸어온 거리였다.

결국 사람을 바꾸는 건

by 아카


요즘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헬 조선이다.
이 나라에서는 답이 없다.


저도 그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숨 막히는 순간도 있고,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버겁다는 감정 자체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 삶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순간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환경이 좋아졌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를 탓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오늘 이거 하나는 하자.


딱, 이 정도였습니다. 피곤해도 하나, 정말 하기 싫어도 하나,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날에도 하나. 그렇게 하루를 채우다 보니 조금씩 감각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내가 보내는 시간의 밀도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번아웃'이라는 말도, '헬 조선'이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닐 겁니다. 환경이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쌓인 하루가 다시 사람을 세우기도 한다는 것 말입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좋은 조건과 더 나은 출발선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꼈던 건, 결국 사람을 설명하는 건 출발선보다는 걸어온 거리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흔들립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질 때도 있고, 괜히 세상 탓을 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묻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뭘 했지?


인생을 바꾸는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누굴 원망하던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오늘 할 일 하나, 내일 또 하나. 그게 쌓이면 사람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다짐합니다. 세상이 힘들다고 해서 내 하루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말입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낸 사람은 이미 어제의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요.


결국 인생을 바꾸는 건

거창한 기회가 아니라

쌓여가는 하루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생각보다 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