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겪는 아픔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11월 28일 금요일 문장밥
책방 이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공간 정리를 한켠 하고 자야지 결심하고 무겁게 덮여오는 눈꺼풀과 씨름하며 한 구석탱이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어요. 딱 한 장만 읽고 잠에 들자- 하고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를 켰어요. 1위에 있는 책 제목이 흥미롭더군요?
<조용한 회복>이었습니다.
내가 바라던 그런 시간. 조용히 회복하는 시간! 어떤 책일지 궁금해 펼쳤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 첫 문장에 바로 아! 하며 탄식을 뱉었죠.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자신이 겪는 아픔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저는 작년부터 모호한 상실로 생에 가장 괴롭던 시기에 홀로 밤마다 숨겨둔 나로 은둔하며 이 생각을 정말 깊이 했습니다.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에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자신이 겪는 아픔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박재연 <조용한 회복>
마음에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말, 그래서 때론 누군가 그 맘을 찾고 만져주어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 탁월한 비유라 오래 머물렀네요.
언젠가 제가 쓰는 글도 읽는 어떤 분의 마음을, 아픈지도 몰랐던, 가려웠던 미음을 만져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 또 언젠가 시간이 지나 써둔 글을 읽을 언젠가의 저에게도 그러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