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아직 남아 있으므로
세상은 본질적으로 자비로운 곳이다.
12월 3일 수요일 문장밥
예상하지 못하게 놀랍도록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요. 그 피곤한 와중에 틈틈이 잠시 한 번씩 아주 찰나의 행복이 있었습니다.
그럴만한 상황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어떤 순간에 어떤 이유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해서 더 신기합니다. 논리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어요.
올해를 돌아보았을 때에도 얘기치 못하게 사랑하게 돼버린 것이 몇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세상이 자비롭다고 고백하긴 쉽지 않은 날들이지만, 그래도 이 문장을 붙잡고 싶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을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아직 남아 있으므로 세상은 본질적으로 자비로운 곳이다.
정혜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아직 내가 사랑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품을 수 있는 것, 가꾸어나갈 것이 있다는 상상이 내일을 기대하게 합니다. 하루 더 살아보고 싶어지게 합니다.
지금은, 바쁜 시간이 드디어 좀 지난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여유가 생겨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면서 만난 찬 바람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상쾌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곤 그리운 목소리가 있어 잠시 통화를 30초 남짓 한 것 같아요. 머리는 차게 식히며 귓속은 따스히 데우는 30초.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칼바람이, 완전히 다가선 겨울이 자비롭게 느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