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

산티아고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며

by 삶예글방


어느 순간부터 고요하고 느린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 천천히 살아도 된다고, 느리게 가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던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고요하게 내면에만 집중했던 삶.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걸었던 모든 순간들은 온전히 내면의 나에게 초점을 두며 걸었던 순간이다. 걷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던 순간들을 경험하며 삶의 시선 또한 자연스럽게 단순해졌다.


스물한 살, 아주 이른 나이에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지금도 어리지만 (아직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어린 나이였다. 왜 순례길에서 사람들이 ‘산티아고 베이비’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는 20살이었던 한국인 친구 밖에 없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길을 걸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속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심오한 질문을 가지고 길에 나섰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


아직도 해결 중인 질문이다. 어쩌면 인생을 통틀어 계속 고민해야 할 질문일지도 모른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는, 삶에는 여러 방향과 다양한 모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길이 아니었을까.


느리게 사는 삶.
단순하게 사는 삶.


질문을 가지고 떠났던 길이었지만 오히려 생각은 더 단순해졌다. 단순해진 삶은 복잡한 고민을 요구하지 않았다. 많은 질문과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걷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다. 단순한 삶 속에서 고요함을 배웠으며, 길을 걸으며 여러 인생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고민과 삶의 무게를 안고 걷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바람과 향, 그리고 음악은 기억을 머금는다. 매년 이맘때쯤, 산티아고가 유독 그리워진다.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한 달간 걸었던 산티아고에서의 기억은 바람을 타고, 때로는 음악과 함께 찾아온다. 산티아고의 길에서 처음 들었던 김동률의 ‘출발’을 들을 때면, 그때와 비슷한 공기 혹은 온도를 머금은 바람이 불 때면, 산티아고에서 10Kg의 배낭만을 메고 걸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걸었던 순간. 나의 발걸음에만 집중하며 걸었던 시간들.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가고 싶다.
고요하게 인생을 살고 싶다.


더욱더 고요하게, 단정하게 그리고 단순한 마음으로 삶을 살고 싶다.
‘산티아고는 늘 우리 마음속에 쎄요(산티아고 도장)처럼 남아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늘도 나는 산티아고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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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