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시 사랑하며 | 나은

살아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밤에

by 삶예글방

시원님


저는 오늘 모처럼 아쳅토 책친구네 집 공간에서 홀로 책을 오랫동안 읽었어요.


아 - 이렇게 좋은 것을 왜 다른 것에 미루고 오늘에서야 하게 된 걸까요. 그 정도로 이 시간이 주는 안락함과 고요가 무척이나 크게 행복을 주었답니다.


앞과 옆, 뒤에 가득 좋아하는 책들이 꽂힌 책장들 틈에 앉아서 가만히 배고픔일지, 이야기에 대한 갈증일지 모를 기분 좋은 허기를 느끼며 문장을 읽고 있어요.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소중한 마음으로 읽다가, 곧 마음을 건드는 곳에서 멈추었다가 - 그 문장 중 유독 오래 머물게 되는 것을 노트에 손으로 받아 적으면서요.


이 시간 중에 편지를 쓰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답장을 적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여정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떤 사람과 상황을 만났을지, 그로 인해 시원님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되셨을지 궁금해요.



이웃이 되면 함께 교환독서를 하는 상상을 써주신 것, 읽으며 너무 신이 났어요. 아 정말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겠다. 위선자의 마을에서 독서회 편을 올렸을 때, 저의 책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고 반가워해주시니 저도 기뻤어요. 그리곤 언젠가 실제로 함께 만나 서로의 삶을 채워 주었던 책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마음엔 반가워하고, 다른 감상에 신기해하며 궁금해하고 - 듣고 물으며 이어질 꼬리를 무는 대화의 시간을 상상해 보았어요.


그리고 소소하게 일상에서 서로의 삶에 필요한 순간들에 도우며 느슨하게 동행하는 장면도 떠올려 보았답니다. 마을의 아이들이나 청년들과 함께 읽고 쓰는 일, 또 살아갈 터전을 찾고 만들어 가는 풍경을 만들어가도 좋겠다고 생각도 했고요.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 덕분에 무력해지던 날에 상쾌한 바람 불듯 활력이 채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한 주 동안 저는 무척이나 머릿속이, 그리고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거든요. 왜인지 모르게 계속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쉼 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답을 찾지 못하는 것 같고,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겠고 살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휩싸여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냈어요.


그러다 오늘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를 읽으면서 잊고 있던 책 한 권이 생각났어요. 바로 「 나무를 심은 사람 」 입니다. 그 책을 작년에 처음 제대로 완독 하고선 했던 생각이 있었어요. 살고 싶어지는 이야기를 매일 나무 심듯 심는 삶을 살겠다고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삶에 어떤 풍파들이 닥쳐오고 번번이 다가오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극복하며 살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살겠다 마음먹었는 지조차를 잊고 지냈던 것 같더라고요. 특히 매일 나무를 심는 사람의 심정을 말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설계했던 행동과 하루의 루틴들도 어쩌다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시작했는지를 잊은 채 그저 성실히 하려고만 하다 보니 자꾸만 무력해져 갔던 것 같아요.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고요.


그래서 이번 주 시원님의 시선집을 읽었을 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삶의 의무감. 그런 중압감으로 막연히 둘러싸여 누구도 주지 않은 멍에를 지고 있는 기분을 느꼈던 거죠.


너그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숨을 쉬고 싶은 이에게, 오늘의 저에게 우연히 처방해 준 것처럼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의 소설 「 초조한 마음 」 을 읽었을 땐 이런 다정하고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놀라운 반전 이거든요. 역시 한 가지의 경험으로만 누군가를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작가의 창작 세계가 가늠한 것보다 넓었구나 생각하게 되고, 한 권을 읽고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 알 것 같다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답니다.


삶을 다시 사랑하며 살아볼 수 있겠다 생각 드는 밤, 상쾌하고 가벼워진 머리와 마음으로 감사하며 내일을 시작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조용히 듣는 마음으로 제 편지와 글을 읽고 안부를 건네주신 시원님,

우리의 계속해서 쓰는 여정이 시원님에게도 저에게도 쉼이 되는 순간으로 함께하기를 바라며 오늘의 편지를 마칩니다.




나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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